고졸출신 9급신화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취임 100일 “쌀 생산 조정제 정착 위해 다른작물 전환기술 중점 보급” 14년 만에 농촌진흥청에 내부 출신 수장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고졸 출신 9급 농림직으로 공직에 입문, 40여 년만에 차관급까지 오른 라승용 농진청장이다. 공직 생활 대부분을 농촌진흥에만 쏟은 만큼 안팎에서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지난 7월 17일 취임해 24일로 100일을 맞은 라 청장은 무엇보다 농정 최대 현안인 쌀 과잉생산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청장 취임 1호 지시도 바로 ‘식량산업기술팀’ 신설이다. 쌀 산업 안정화를 위한 생산 조정제 정착과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농진청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각오다. 정부는 내년부터 2019년까지 쌀 재배면적을 10만㏊(생산량 50만t) 줄이는 ‘쌀 생산 조정제’를 실시하는 등 쌀 생산량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쌀 생산 조정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특히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농어업을 직접 챙겨 잘사는 농어촌을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따라서 라 청장의 어깨는 역대 청장들보다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농진청은 국가의 기본 산업인 농업의 발전과 농업인의 복지향상, 그리고 농촌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제고하기 위해 설립된 농업 분야 국가연구기관이기 때문이다.
라 청장은 취임사에서 농업을 4차 혁명시대에 걸맞은 첨단산업으로 육성해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정책을 뒷받침하기위한 밑그림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쌀 수급균형 등 식량의 안정적 생산과 기후변화 대응 ▷기상이변 및 병해충 대응 ▷가축질병 상시화 대책 마련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GMO 연구 ▷종자산업 육성 ▷농산업 분야 청년 일자리 창출 등 이다.
▶쌀 수급조절, 안정적 식량 생산에 총력= 라 청장은 쌀값 안정을 최대현안으로 꼽는다. 다행이 쌀값이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이면서 농촌에도 모처럼 웃음꽃이 피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수확기 이전에 대대적인 쌀값 안정책을 내놓았고, 생산자와 시장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선제적으로 쌀값 안정화 정책을 선택한 데는 라 청장의 기술적지원이 뒷받침됐다. 실제로 80kg기준으로 산지 쌀값은 15만984원(지난 15일 현재)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5%나 오른 가격이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12만 원대에 머물렀다.
“이제부터 시작일 따름입니다. 내년부터 정부가 벼 재배면적 감축을 위한 쌀 생산 조정제를 시행하는 만큼 벼를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기술 보급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신설되는 식량산업기술팀이 적극 나서서 기술적인 지원을 할 겁니다.”
지금까지는 논에서 쌀만 재배했다면, 논의 생산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다른 작물로 전환함으로써 쌀 생산량을 차츰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농진청은 2018∼2019년 생산 조정제 면적 목표치인 10만㏊ 달성을 위해 전담 기술지원단을 운영하고, 기존에 개발된 28가지의 작부체계 기술을 지역별 특성에 맞춰 보급할 계획이다.
▶가축질병 저항성 증진 축산기술 개발ㆍ보급= 해마다 재발하는 가축질병도 넘어야 할 허들이다. “농진청은 농식품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비해 내놓은 야심찬 관련 정책에 발맞춰 질병에 저항성을 높일 수 있는 축산기술 개발 보급에 총력을 쏟고 있습니다. 곧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라 청장은 특히 스마트 계사 모델 개발과 차단 방역 시설 개선 등 축사 환경 개선 기술을 독려하고 있다. 연구진들은 우선 천적과 병원성 곰팡이, 미생물 등 현장 실증을 통한 다양한 방제 방법과 함께 건강한 병아리를 생산하고 닭의 항병원성을 높일 사양기술을 개발에 한창이다.
“가축질병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발생하는 게 아니라 기르는 과정과 환경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종축 육성 및 사양환경·기술 개발은 농진청 소관인 만큼 적극 대처하고 있습니다.”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은 현재 비료 등 시중에 있는 친환경 유기농자재 중 닭 진드기 방제 효과가 있는 제품이 있는지 선별 작업과 함께 항바이러스 단백질을 이용한 바이러스 억제 사료 첨가제 개발에도 몰두하고 있다. 내년까지 건강한 병아리 생산을 위해 종란(번식용 계란) 내에 영양물질을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한다는 목표다.
▶뜨거운 한반도, 기후변화연구에 주력= 라 청장은 기상이변에 따른 농축산업의 변화를 각별히 체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0년간 평균기온이 1.8℃ 상승했습니다. 이는 세계 평균 상승온도인 0.75℃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이죠. 오는 2050년께는 평균기온이 3.2℃ 상승해 남한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기후변화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은 기회로 적극적으로 활용키로 하고 기후변화에 맞춰 열대ㆍ아열대 작물을 도입해 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망고와 파파야, 아티초크, 인디언 시금치 등 20종에 이르는 재배기술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무엇보다 농업 기후변화연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입니다. 한라봉의 경우, 제주에서 경남과 전남ㆍ전북 김제로, 무화과는 전남 영암에서 충북 충주로 각각 재배지가 변동될 것으로 예측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예요.”
▶‘농업 출발점’ 종자, 미래 성장산업으로 육성= “국내 농업 발전에는 종자 경쟁력 강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때문에 농진청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민간육종 연구단지, 국제종자박람회가 유전자원 협력체계를 맺어 유망자원 제공 및 종자 육성도 서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농진청은 유전자원 다양성 확보와 분야별 종자를 개발해 로열티를 절감하고 있다. 지난 2013년 72억 원에서 올해 88억 원가량 로열티를 절감했다.
라 청장은 유망자원 확보와 품종 육성에도 애착이 크다. 보리 등 6170개에 이르는 국내외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배추 등 13개 작물의 유용 형질 특성 평가 및 장기 보존 기술을 개발했다. 또 11개 민간회사에 유전자원을 제공하고 종자 육성을 지원하고 종자수출을 위해 수출 전략 품종을 개발 중 이다. 무엇보다 해외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국화 ‘백마’ 품종의 중국 현지 생산기지는 지난 1월 설립됐습니다. 또 생산물량은 지난 3월 현장평가회를 거쳐, 오는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일본 수출을 추진할 예정이구요. 수출 확대로 종자산업을 미래 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국제종자박람회도 전북 김제에서 오는 28일까지 열립니다. 국내외 바이어 및 관람객이 3만명 다녀갈 것으로 예상되고 30억원 이상의 종자가 거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에 역량 집중= 라 청장은 농촌이 제대로 대접 받으려면 농민이 사는 곳이 아닌 국민이 생활하는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랜 소신이다. 그러자면 농진청이 책임의식을 갖고 4차 산업 차원에서 기술혁신으로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내부 연구가 농업인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고 특히 국민이 체감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 농업을 미래 성장 산업, 수출 산업으로 연계되도록 하겠다고 한다. “농진청을 농업인과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고객 중심, 스마트한 조직으로 만드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원칙과 소신껏 우리나라 농업ㆍ농촌이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정리=배문숙 기자/oskymoon@heraldcorp.com
라승용 청장이 걸어온 길 ▷1957년 전북 김제 ▷김제농고 ▷방송통신대 농학과 졸업 ▷고려대 농학(석사)ㆍ원예학(박사) ▷농촌진흥청 호남농업시험장 식물환경과장ㆍ연구관리국 연구운영과장ㆍ연구정책과장 ▷공공기관지방이전지원단장(국장급) ▷농촌진흥청 연구개발국장 ▷중앙공무원교육원 파견(고위정책과정) ▷국립축산과학원장 ▷국립농업과학원장 ▷농촌진흥청 차장 ▷전북대 석좌교수 ▷농촌진흥청 청장(2017년7월17일~현재)
hchwa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