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싸움 구경은 재밌다. 불구경 다음이다. 모든 싸움엔 이유가 있다. 그 이유까지 모두 알면 싸움은 더 흥미진진해진다.
세계 TV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시장에서 ‘싸움’ 중이다.
삼성이 먼저 LG를 자극했고 LG는 ‘무대응’ 원칙을 세웠다. 이제 1달가까이 이어진 TV전쟁은 휴전(休戰) 상태에 들어갔다.
휴전은 전쟁을 쉬고 있다는 얘기다. 종전(終戰)과는 다르다. 그래서 언제든 전쟁은 다시 불븥을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싸움 재발은 필연이다.
사건 흐름을 되짚어보면 먼저 시비를 건 측은 삼성 쪽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말 유튜브에 LG전자의 올레드 TV에 잔상이 남는 현상을 영상에 담아 올렸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자사의 QLED TV는 잔상이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로 영상을 마무리 했다.
이 동영상은 전 세계에서 1120만번의 클릭을 기록했다.
점잖은 IT 가전 업계에선 상대 제품에 대한 비교 광고는 내보내지 않는 것이 통례다.
그래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뒤따랐디. ‘삼성이 LG를 공격했다’는 뉴스도 크게 다뤄졌다. 뉴스는 새로운 사실을 주로 다룬다.
2차전 역시 삼성의 공세였다. 삼성은 자사의 최근 ‘삼성 뉴스룸’ 홈페이지에 ‘번인 현상 왜 생기는 걸까’라는 글을 게시했다.
삼성의 QLED와 LG의 OLED 패널에서 화면을 꺼도 잔상이 남는 번인 문제를 집중 비교했다.
삼성은 ‘AVS포럼’과 미국 IT전문매체 ‘알팅스’를 인용, LG의 OLED가 번인 현상에 취약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삼성은 지난 10월 20일에는 별도의 TV 브리핑도 실시했다. 삼성TV 시장점유율이 LG TV보다 높다는 것이 브리핑의 요지였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현장에서 최근의 네거티브 영상과 관련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키 위해 영상을 게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9일 현재 삼성과 LG의 TV 전쟁은 휴전 상태다.
삼성은 자체 평가에서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분석하고 있고, LG 역시 싸워봤자 좋을 것이 없다며 대응 자제를 결의했다.
회사 내부적으론 각 사 별로 ‘좀 더 강한 대응’을 주문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달간 이어진 양 사의 TV 전쟁이 왜 하필 지금 일어났느냐에 대해선 4분기가 TV 시장 극성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세계 최대 시장 북미 지역에선 블랙프라이데이가 4분기에 있고, 각 가정 역시 겨울방학을 맞아 TV가 가장 많이 팔려 나가는 시기다.
걸려있는 ‘판돈’이 커지면 경쟁 역시 치열하게 벌어지는 것은 어느 판이나 마찬가지다.
삼성과 LG가 지난 9월 자사의 최상위 제품(플래그십 모델) 가격을 거의 동시에 낮춘 것도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서였다.
삼성은 9월 초부터 359만원에 판매되던 55인치 QLED Q7을 339만원에 판매했다. 기존 가격 대비 20만원 할인한 가격이다.
LG 역시 55인치 ‘OLED55B7’ 모델을 기존 대비 60만원 낮춘 299만원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왜 삼성이 먼저 ‘선방’을 날렸느냐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 첫 해석은 삼성의 TV 사업이 순탄치 않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올해 2분기 TV가 포함된 삼성의 사업부문(CE)의 영업이익률은 2.9%였다. 올해 2분기 TV가 포함된 LG 사업부문(HE)의 영업이익률은 8.1%였다.
지난 26일 발표된 올해 3분기 LG HE 사업부문의 영업이익률은 9.9%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CE 사업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오는 31일 공개된다.
관련 상황을 종합하면 삼성전자 TV 실적이 썩 좋지는 않다고 요약이 가능하다.
업계에선 삼성전자 TV 부문 영업이익이 1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측은 TV 사업 부진 해석에 ‘사실 무근’이라고 답한다. 삼성관계자는 “매출의10%가 QLED TV에서 나온다.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은 그룹 차원의 인사가 곧 실시될 예정이다. 늦어도 11월 이전까지는 사장단을 포함한 대부분의 인사가 난다.
보다 적극적인 사업 행태를 보이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내부 분위기도 삼성이 TV 대응을 적극적으로 펴는 이유 중 하나다.
삼성이 보여온 네거티브 공세의 공통점으로부터 또다른 해석도 나올 수 있다. 삼성은 그간 자사가 경쟁제품으로 인정한 제품에 대해서만 공세를 가해왔다.
예컨대 삼성은 지난 2014년 애플 아이폰이 ‘너무 쉽게 휘어진다’는 논란이 일자 ‘삼성 갤럭시는 휘지 않는다’는 비교 광고를 내기도 했다.
스마트폰 경쟁 10년간 삼성이 LG의 스마트폰을 네거티브 공세 대상에 올린적이 없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소송전으로까지 비화됐던 삼성과 LG의 ‘세탁기 훼손 사건’ 역시 양사가 제각기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시장에서 맞붙은 사례다.
삼성과 LG는 지난 50년 동안 전자 산업 경쟁자로 시시 때때로 끊임없이 부딪혀 왔다. 흑백TV, 컬러TV 그리고 오늘은 QLED와 OLED로 맞붙었다.
경쟁의 역사는 발전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우주 개발 경쟁의 결과물은 오늘날 인류를 풍성하게 했다.
탄도 계산을 위해 개발된 것이 컴퓨터고 이를 망으로 연결한 것이 현재 인터넷의 모태인 아르파넷(arpanet)이다.
천재 발명가 에디슨이 있었던 것은 천재적인 과학자 테슬라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흥정보다 붙이고 싶은 게 싸움일 때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