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조정 과정에서 합의 달성위해 오가던 ‘뒷돈’ -“상인회 아닌 지자체가 기여금 운용” 개정안 발의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1. A백화점은 몇해 전 수도권의 한 도시에 아울렛 점포를 내는 과정에서 인근 상인회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상인회는 해당 재래시장의 상권이 위협 받는다며 A백화점의 설립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A백화점은 당시 부지 매입과 지자체의 건축 허가를 심의 받고 있던 중이었다. 실질적인 사업의 터닦기가 시작된 상황. A백화점 측은 결국 상인회와 협상에 나섰고 결국 상생기금의 명목으로 재래시장의 마케팅, 홍보, 이벤트 지원, 시설물 부수에 소요되는 금액을 전액 백화점 측에서 보전하기로 했다.

#2. 지난해 12월 오픈한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전통시장과의 상생협력을 명목으로 대구시장상인연합회에 10억원을 지원했다. 상인회는 백화점 인근 동구ㆍ동서ㆍ평화시장 ㆍ송라 등 4곳이었도 이들은 1억5000만~2억원씩 총 7억원을 챙겼다. 하지만 상인회 대표 중 일부가 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그들이 소속 시장의 몫으로 배분받은 1억5000만원 중 1억1000만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 적발됐다.

대형마트나 쇼핑몰 등 대규모 유통시설이 출점할 때 대기업이 인근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상생을 명목으로 주던 ‘뒷돈’을 법으로 금지하는 절차가 진행중이다. [사진=헤럴드경제DB]
대형마트나 쇼핑몰 등 대규모 유통시설이 출점할 때 대기업이 인근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상생을 명목으로 주던 ‘뒷돈’을 법으로 금지하는 절차가 진행중이다. [사진=헤럴드경제DB]

대규모 유통시설이 출점할 때 인근 상인들에게 건네는 ‘상생기금’이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생기금은 대기업과 중소상인들의 자율적인 상생협의 과정에서 탄생한다. 특정 지역에 유통 대기업이 출점하면서 피해가 예상되는 인근 중소상인들이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데 사업조정이 신청되면 유통 대기업과 상인들은 자율적으로 상생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만약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조정심의회를 통해 대기업의 사업인수 및 개시를 연기하거나 축소권고가 내려오는데 원만한 합의를 달성시키기 위해 대기업들은 ‘상생’의 명목으로 협력기금을 내놓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이 협력기금을 사적으로 챙기면서 기업 측이 상인들에게 찔러주는 ‘뒷돈’이라는 인식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심화됐다.

이에 대기업과 상인들간의 직접적인 거래를 없애는 제도 개선책이 나오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대규모점포를 개설할 때 대기업은 대규모점포의 업태와 규모, 지역상권의 여건 등에 따라 정해진 규모의 지역상권발전기여금(기여금)을 납부하고 등록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이를 지자체가 책임지고 지역상권발전을 위한 지원사업을 시행하도록 했다. 또 대규모점포 출점 과정에서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을 요구하거나 받아선 안된다’는 조항도 명문화했다.

이에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들었던 불필요한 비용이 절약되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실상 ‘뒷돈’이라고 비판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실제 사례가 많았다”며 “법 개정으로 원천금지되면 출점 과정이 더욱 투명해지고 잡음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test1002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