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제로화 외침에도…예외 사유 이유로 전환 안 해줘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비정규직 제로화’를 기치로 나선 정부지만, 일선에서는 여전히 기간제 근로자 전환 의무를 회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심재권<사진> 의원실에 따르면 통일부는 2013년 이후 2년 넘게 근무한 기간제 근로자 52명 가운데 22명을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하지 않았다. 이 중 한 근로자는 7년 3개월을 기간제로 일했지만 무기계약직 전환을 시켜주지 않았다.
비단 통일부만의 문제도 아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5년(2013~2017년) 동안 기간제 근로자 중, 단 한 명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은 공공기관이 한국철도공사, 예술의전당 등 55곳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기계약직은 기간을 정하지 않고 근무를 해 고용이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근로자들이 선호하는 고용 형태이다. 반면, 사용자 측에서는 기본급, 수당 및 처우 개선비 등 인건비를 추가 부담하게 돼 무기계약 전환을 반기지 않는다.
현행법은 이러한 사측의 이해관계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려고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2항를 두고 있다. 해당 법률에는 ‘2년을 초과하는 범위의 기간제 계약을 체결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명시돼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해당 재직자들은 ‘무기계약 전환 예외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2년 넘게 기간제로 근무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가 밝힌 ‘예외 사유’는 ‘특수한 경력을 갖추고 국가안전보장, 국방 외교 또는 통일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가 7건으로 가장 많다. 그러나 해당 근로자들의 주요 업무는 업무 보조, 열람실 지원, DB 구축 등으로 국가 기밀과 직접적인 관련이 적다. 무기 계약 전환을 회피하려고 예외사유를 사실상 멋대로 악용했다는 비판이 이는 이유다.
심 위원장은 이에 “통일부가 기간제법 예외 사유가 광범위하고 이를 자의적으로 적용하기 쉽다는 점을 악용하여 무기 계약 전환을 회피해온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심지어 인건비 예산 부족이라는 사유로 수년 동안 여러 차례 계약한 행태는 전형적인 ‘쪼개기 계약’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현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라는 신조로 상시업무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통일부도 계약이 전환되지 못한 35%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여 근로조건과 고용안정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특수한 경력을 갖추고 국가안전보장, 국방 외교 또는 통일과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를 예외 사유로 둔 것은 국가 기밀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며 “이에 맞지 않다면 기간제법 예외 사유를 광범위하게 적용한 것이 아닌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