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스톱된 사업재편 - 반도체 사업 편중 심각 - 슈퍼사이클 종료 땐 매출-이익 타격 불가피 - 10년 전 과감한 투자 결정이 반도체 결실 - 하만 이후 대형 인수합병 전무…내부 위기감 고조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부디 여론재판이 아닌 철저한 증거에 의한 판단이 이뤄지길 바랄 뿐 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반재벌정서로 재계 서열 1위 삼성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1심에서 징역5년의 실형이 선고되면서 삼성그룹이 휘청이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 기간이 7개월을 넘어서며 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을 수립할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고 있는 삼성전자 내에서 이런 긴장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사이클 흐름이 분명한 반도체 업종 특성상 현재의 슈퍼 사이클이 종료할 시기가 도래할 수밖에 없지만, 현재로선 ‘포스트(POST) 반도체’의 주역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위기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2분기까지 누적 영업익 14조원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하반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 달성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심각한 매출 편중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적잖은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전, 모바일 등 크게 4개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삼성전자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이른바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적잖이 누려왔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사태에서도 실적을 견조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를 상쇄할 대체 포트폴리오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반도체 부문의 슈퍼사이클이 진행되면서 삼성전자 전사 매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내에서 반도체 부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9.8%에 달하고, 심지어 영업이익은 전체 이익의 60%에 육박한다. 2014년 반도체 부문의 영업익 비중은 전체의 35.1%였다. 반도체 부문의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익에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한 구도로 변모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이른바 ‘초격차전략’을 더욱 강화하며 상반기 22조5000억원의 시설 투자를 단행, 글로벌 시장 1위 수성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당분간은 급증하는 메모리수요로 현 호황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데이터센터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메모리 교체 수요가 줄어들 경우 삼성전자의 매출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총수 공백 장기화로 미래 먹거리 발굴이 사실상 올스톱됐다는 데 있다. 현재 삼성전자가 누리는 호황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 충격적인 7400억원의 영업적자 실적을 받아든 뒤 이건희 회장이 단행한 전격적인 투자 결정에서 비롯됐다.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모두가 움추릴 때 과감한 결단을 내린 삼성이 ‘반도체 치킨게임’ 승자의 독식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삼성이 국내 인수합병(M&A) 최대 금액인 9조원을 투입하며 미국의 자동차 전자장비(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한 것도 미래 수익의 결실을 누리려는 이같은 삼성의 전략적 결단이었다. 하지만 이후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총수 부재가 장기화하면서 현재 삼성전자의 투자 시계는 멈춰 있다. 반도체 사업을 유지시키기 위한 방어적 시설 투자에 그치고 있다. ‘하만’ 인수 인후 올 들어서는 대형 인수ㆍ합병(M&A)을 발표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 미래 먹거리 발굴에 사활을 걸었던 삼성전자의 공격적 성향이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소극적 방어로 변모한 것이다. 삼성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현재 삼성이 누리는 실적을 보고 삼성이 총수 공백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을 듣곤 한다”라며 “하지만 기업의 의사결정은 향후 10년 후를 내다 보는 이뤄지는 것이라, 총수 공백에 따른 영향은 추후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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