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대신 토익ㆍ알바” 집에 남는 20대 많아 -학원가는 벌써 ‘추석 특강’ 대목에 반색 -연휴 길어지며 단기 알바 수요도 덩달아 늘어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1. 올해 초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이모(27) 씨는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서울 강남의 한 영어학원에서 진행하는 단기 영어 특강에 참가하기로 했다. 토익과 함께 말하기 시험을 함께 준비할 수 있어 수강생이 몰리고 있다는 학원 광고에 이 씨는 50만원에 가까운 수강료를 바로 지불했다. 이 씨는 “취업 때 토익 점수만으로 충분한 줄 알았는데 대부분 기업에서 말하기 시험 점수도 같이 요구해 준비하고 있었다”며 “연휴 기간에 집중하면 빨리 점수를 딸 수 있다는 생각에 고향보다는 취업 준비에 몰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 동갑내기 취업준비생인 김모(27) 씨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취업준비도 중요하지만,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해 추석 연휴 단기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는 중이다. 김 씨는 몇 시간 만에 한 물류센터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아침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하는데다 추석 연휴라 업무가 많지만, 김 씨는 일급이 10만원이 넘는다는 말에 곧장 지원했다. 김 씨는 “이번에는 연휴가 길어서 바짝 일을 하면 한 달 동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 것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다”며 “연휴 때 조금 고생하고 생활비를 모으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계속되는 취업난에 20대들에게 전통적인 추석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고향에 내려가는 것보다는 당장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에 몰두해야 하는 현실에 명절마다 비었던 학원가와 상점은 오히려 더 북적이는 모습이다. 취업포털 알바천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 열 명 중 여섯 명은 고향에 내려가지 않고 혼자 추석을 보낸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27.2%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친척의 잔소리(23.4%)와 취업준비(17.3%)가 뒤를 이었다.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명절을 건너뛰는 20대가 열 명 중 세 명은 되는 셈이다.

특히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연휴 때마다 각종 토익과 자격증 특강이 몰려 있어 이번 추석은 더 바쁜 시기로 불린다. 게다가 연휴가 길어지면서 학원 간 경쟁도 치열해졌다. 강남의 한 영어 학원은 아예 추석 연휴 기간에 토익 등 취업에 필요한 시험을 모두 준비하는 코스를 마련하기도 했다. 강남에서 영어 학원 강사로 일하는 김모(34) 씨는 “명절이나 긴 연휴를 맞아 단기간에 점수를 확보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아 강의하는 입장에서도 준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요즘에는 취업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 이런 시기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보다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경우도 많아 단기아르바이트도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취업 포털들은 아예 추석 단기 아르바이트용 전용 페이지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한 취업 포털에 등록된 추석 단기 아르바이트 공고만 3900여개에 달한다. 취업 포털 관계자는 “연휴가 길어지면서 명절 연휴 동안 영업을 하는 서비스직종도 많이 늘었다”며 “빈자리를 채우려는 업체와 단기간에 높은 시급을 받으려는 20대가 명절 모습을 바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