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추석을 보내는 사람’ 급증, 소비트렌드 큰 변화 -열흘연휴인 이번엔 더 뚜렷…고독 즐기며, 힐링 추구 -유통업계, 혼추족 마케팅 전쟁…선물패턴도 큰 변화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 오해정(32) 씨는 올초부터 추석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열흘간의 달콤한 연휴. 그렇다고 고향 집에 가려는 것은 아니다. 고향인 경북 구미에는 추석 전주에 다녀올 계획이다. 그리곤 나머지 열흘은 자신만의 ‘힐링’으로 보낼 생각이다. 오 씨는 “직장생활로 찌든 여독을 풀기위해 온전히 혼자만의 휴식을 택했다”며 “서울에서 푹 쉬면서 간단한 요리를 해먹고 영화도 볼 계획”이라고 했다.

취준생 홍민우(28) 씨는 추석 고향행을 일찌감치 접었다. 홍 씨는 “사회적 신분이 ‘백수’로 분류돼 사실상 매일이 강제 휴무”라며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친척들을 뵐 면목이 없어 자취방에 남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하반기 공채를 준비하기 위해 자소서와 인적성시험 공부에 매진할 계획인데, 그렇다고 위축되지 않고 공부를 하면서도 혼자만의 열흘 추석을 즐길 것”이라고 했다.

‘전기밥솥 속에서 밥이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 작가 김훈은 이 밥 익는 내음을 두고 “가족을 한울타리 안으로 불러모으는 냄새”라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옛말이 돼가고 있다. 오 씨와 홍 씨 같은 혼추족(혼자 추석을 보내는사람)이 이번 추석엔 주류가 됐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의 열흘 연휴가 그 배경이기도 하다. 이들 혼추족은 올 추석에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YONHAP PHOTO-1585> 고향 갈 생각에 기다림도 잠시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5일 서울 강남구 SRT수서역에서 시민들이 추석 열차표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17.9.5 kane@yna.co.kr/2017-09-05 09:48:13/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YONHAP PHOTO-1585> 고향 갈 생각에 기다림도 잠시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5일 서울 강남구 SRT수서역에서 시민들이 추석 열차표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17.9.5 kane@yna.co.kr/2017-09-05 09:48:13/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고향 갈 생각에 기다림도 잠시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5일 서울 강남구 SRT수서역에서 시민들이 추석 열차표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17.9.5 kane@yna.co.kr/2017-09-05 09:48:13/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고향 갈 생각에 기다림도 잠시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5일 서울 강남구 SRT수서역에서 시민들이 추석 열차표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17.9.5 kane@yna.co.kr/2017-09-05 09:48:13/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올 추석 새 풍경, 혼추=혼추족 급증은 1인가구 증가에 따른 필연적인 흐름이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가구는 539만8000가구로 전년(520만3000가구)에 비해 19만4000가구 증가했다. 불과 2010년까지만 해도 421만8000만 가구 수준이었으나, 6년 만에 118만 가구가 추가됐다. 전체 일반가구(1936만8000가구)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7.9%로 전년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가운데 저마다의 사연으로 혼추족은 늘고 있다. 평상시 혼밥, 혼술족인 이들은 추석 연휴에는 혼추족으로 둔갑한 것이다. 그렇다고 혼추족은 외로워하지 않는다. 아니, 외롭더라도 고독을 즐기며, 자신만의 힐링을 꿈꾸며, 혼자서 추석 연휴를 당당히 보내겠다는 이들이다.

직장인 김성화 씨는 “회사 업무보고서 때문에 두달간 정말 힘들었다”며 “열흘 연휴동안 도서관도 가고, 영화도 보고, 좋아하는 드라마도 보면서 ‘달콤한 열흘’의 고독을 즐길 것”이라고 했다.

물론 혼추족은 어려운 상황에서 고향을 가지 못하는 이들에겐 사치로 보여질 수 있다.

구직 포털사이트 알바천국이 최근 전국 아르바이트생 1648명을 대상으로 추석계획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응답자 31.3%는 추석 연휴에도 ‘아르바이트 한다’고 했고, 8.9%는 ‘취업 준비를 할 것’이라고 했다. 고향행은 언감생심인 것이다. 이번 추석이 열흘 연휴로 사상 최고로 길지만, 직장인 중 절반은 열흘은 다 못쉰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고향 방문을 포기하는 이들이나, 가고 싶어도 고향을 못가는 이들이나 1인가구 형태를 띠면서 소비시장에는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혼추 잡아라” 유통가 특명=혼추족이 늘면서 유통가는 이들을 소비 정중앙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혼추족을 겨냥해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문배주, 명인안동소주, 이강주, 감홍로, 진도홍주 등 5가지 전통주를 125㎖ 병에 담아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만든 ‘술방 미니어처 세트’가 대표적이다. 사과주와 오미자주, 복분자주 등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전통주로 구성한 ‘술방 과실주 미니세트’와 혼자 즐길 안주 세트도 내놨다.

신세계백화점 식품담당 김선진 상무는 “최근 혼술, 혼밥을 즐기는 트렌드에 맞춰 간편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식재료를 사용한 프리미엄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고 했다.

이마트 역시 스텔라 아르투아, 크롬바커 바이젠, 구스아일랜드 할리아 등 수입맥주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혼술족 사이의 수입맥주 열풍을 추석 마케팅과 연계한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명절에도 도시락이 굉장히 많이 팔렸는데, 나홀로 명절족이 그만큼 늘었다는 것”이라며 “올해는 특히 연휴가 길어 혼추족을 위한 타깃마케팅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것 같다”고 했다.


ys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