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 부정 창조과학회, 건국절ㆍ독재 옹호 논란 -野는 물론 與도 반대 입장 전달 -靑 “원칙은 청문회서 소명, 심각성 따라 여러 판단”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 줄 알았던 정부ㆍ여당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서기도 전에 종교ㆍ정치적 논란을 낳고 있어서다. 중기부 신설 이후 한달 넘게 장관 인사를 고심하며 “장고 끝에 악수 두지 않겠다”고 말했던 청와대가 다시금 ‘인사 잡음’에 휩싸였다.
청와대 인사 발표 직후 창조과학회 이사 경력이 드러나 도마에 올랐던 박 후보자에 대해 건국절과 독재 옹호 논란까지 더해졌다. 창조과학회는 지질학, 진화론, 천문학 등을 부정하고 성경에 기반한 과학 연구를 주장하는 단체로, 과학계는 창조과학을 ‘유사과학’으로 규정한다. 이에 따른 자질 논란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박 후보자가 포항공대 교수 시절 뉴라이트의 건국절에 찬성하고 이승만 정권 등 독재를 미화하는 듯한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알려져 문재인 정부 국정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박 후보자의 보고서 등 저작물에 대해 다시 검증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 사실상 재검토 수순에 들어갔다고 시인했다.
특히 ‘황우석 사태’에 연루됐던 박기영 전 순천대 교수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임명됐다 사퇴한 뒤 거듭된 ‘과학 인사 난맥’에 과학계는 크게 들썩였다. 정대익 서울대 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등은 박 후보자의 창조과학 활동이 “반지성, 반과학‘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인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 또한 여야 할 것 없이 인사를 반대하고 있다. 중기부 소관 상임위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30일 오후 청와대에 박 후보자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ㆍ바른정당ㆍ정의당도 박 후보자 인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청와대의 과학계 인사 추천과 검증 시스템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박 후보자의 창조과학회 경력을 사전 인지했지만, 개인의 종교관은 중기부 장관 업무와 직접적 연관이 없어 인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박 후보자의 건국절ㆍ독재 옹호 언급은 관련 언론 보도가 나와서야 인지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원칙적으로 박 후보자에게 청문회에서 직접 소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자는 논란이 확대된 30일 오후부터 중기부 업무보고 및 청문회 준비 일정을 모두 취소해 자진사퇴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사퇴설은 낭설”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기자들과 만나 “혹독한 검증을 국민과 국회에서 거치는 절차에 들어갔으니 많은 문제를 어떻게 소명하는지는 본인 역량의 문제”라며 “원칙적 입장은 변함 없지만 상황의 심각성에 따라 여러 가지 판단을 할 수 있다”며 박 후보자의 거취 결단이나 인사 철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