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재정이 기업 생명줄’판례 무시 당장 3분기에 막대한 충당금 적립 필요 영업이익 10년만에 적자전환 불보듯 협력사 직격탄…車산업 전반 위기봉착 통상임금 리스크 재계 전반 확산 우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에 중국 판매량이 급감하고 영업이익이 반토막 가까이 줄어드는 등 기아차가 국내외에서 역대 최대 위기에 빠졌지만, 재판부가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아차는 10년 만에 영업적자에 직면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나아가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5년새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자동차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통상임금 악재까지 터지면서 국내 자동차산업 경쟁력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협력업체로의 파장은 물론 재계 전방위로 통상임금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노조가 상여금과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포함시켜 달라며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부가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아차는 10년 만에 영업적자에 직면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사진은 기아차 광주공장 전경.    [헤럴드DB]
기아차 노조가 상여금과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포함시켜 달라며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부가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아차는 10년 만에 영업적자에 직면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사진은 기아차 광주공장 전경. [헤럴드DB]

▶‘건전한 재정은 기업의 생명줄’ 대법원 판례 무시= 기아차는 지난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55% 줄고 전체 영업이익도 44% 감소하는 등 극도로 부진한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소송에서 패소, 당장 3분기에 막대한 규모의 충당금을 쌓아야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재판부가 노조의 청구 금액 중 원금과 이자를 더해 4000억여원을 인정하면서 기아차는 당장 충당금 비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4000억원 수준으로 50% 가까이 줄었는데 이 같은 리스크까지 터지면서 3분기부터 곧바로 영업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 이는 2007년 이후 10년 만에 적자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우려했던 기아차는 소송 내내 경영환경을 감안해달라는 ‘신의칙’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아차가 당기순이익을 거뒀고 경영상태가 나쁘지 않아 추가 발생할 임금을 연차적으로 확보 가능하다고 봤다. 기아차가 ‘중대 위협’이라고 강조한 부분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서는 중장기적으로 사업계획을 준비해야 하는 완성차 입장에서 임금인상은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13명이 참여했던 대표소송은 노조 전원에게 적용돼 기아차 총부담액은 최대 1조원까지 달할 전망이다.

앞서 2013년 갑을오토텍 소송에서 대법원은 신의칙에 따라 노조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건전한 재정은 기업에 있어 생명줄과도 같다. 재정 악화는 경영난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심화되면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특히 임금은 기업 재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고 판시했지만, 이 같은 판례도 이번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아차 노조가 상여금과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포함시켜 달라며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부가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아차는 10년 만에 영업적자에 직면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사진은 기아차 광주공장 전경.    [헤럴드DB]
기아차 노조가 상여금과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포함시켜 달라며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부가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아차는 10년 만에 영업적자에 직면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사진은 기아차 광주공장 전경. [헤럴드DB]

▶협력업체 직격탄에 자동차산업 전반 위기 직면= 당장 재정부담이 가중된 기아차는 스토닉 글로벌 출시, 내년 선보일 K9 후속모델 준비 등 신차 프로젝트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올해 연말께 착공이 시작될 인도 생산공장 등 해외투자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기아차는 공장 설립에 11억달러를 투입하고, 판매망 확보에 추가로 9억달러를 들여 향후 2년간 총 20억달러를 인도 시장에 투자할 예정이다.

공장설립 못지않게 현지 판매망을 촘촘히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투자가 미비할 경우 공장을 짓고도 판매량이 받쳐주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기아차의 대금지급 능력이 떨어지면 300여개 1차 협력사들 또한 직격탄을 맞게 된다. 협력사들은 기아차보다 충격을 감당하는 체력이 훨씬 떨어져 최악의 경우 도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동차 기업들의 경영악화는 고용부담으로 이어져 일자리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나아가 한국 자동차 생산량이 최근 5년새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통상임금 리스크로 임금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자동차 생산기지가 해외로 옮겨가 국내 생산은 갈수록 줄고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기아차 노조가 상여금과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포함시켜 달라며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부가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아차는 10년 만에 영업적자에 직면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사진은 기아차 광주공장 전경.    [헤럴드DB]
기아차 노조가 상여금과 수당을 통상임금으로 포함시켜 달라며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부가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기아차는 10년 만에 영업적자에 직면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사진은 기아차 광주공장 전경. [헤럴드DB]

▶재계 전방위 통상임금 리스크 확대= 올해 6월말 현재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사업장은 총 115개다. 신의칙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기아차 판결은 이들 소송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현대중공업처럼 2심까지 간 상태에서 노조가 패소한 결과가 있지만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현대위아, 삼성중공업 등은 1심에서 노조에 패소해 2심에서는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재계에서는 신의칙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광주고법이 1심을 뒤집고 신의칙을 받아들여 금호타이어 손을 들어준 것처럼 기아차도 2심에서 신의칙을 인정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정태일 기자/


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