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 이미 직매입 비율 높아 - 판매자 재고 부담…“발주 소극적으로 할 수도”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매분 매입을 금지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현장에선 유통 대기업뿐만 아니라 납품업체에게도 손실이 큰 규제가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유통분야 불공정거래 근절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년도까지 소비자에게 판매된 수량만 납품업체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처리하는 ‘판매분 매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납품업체에 대해 재고부담을 전가하는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판매분 매입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납품업체 상품을 매입한 후 이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통상적인 선(先)매입 후(後)판매 방식이다. 반대로 납품업체가 먼저 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이를 사후에 매입하는 선(先)판매 후(後)매입 방식도 통용되고 있다.
재고 부담의 전가는 현장에서 납품업체들이 가장 많이 토로하는 애로사항 중에 하나였다. 현재 판매분 매입 방식은 일부 품목에 대해선 팔고 남은 상품은 매입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매입처에 반품할 수 있다. 판매업자의 경우 재고처리에 대한 부담을 안지 않아도 되지만 납품업체의 경우 재고라 하더라도 재판매가 어려운 경우 손실이 컸었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의 판매분 매입 금지 조치에 대해선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대다수의 납품업체의 제품을 유통하고 있는 대형마트의 경우 대부분 납품업체에서 상품을 직매입하고 있다. 직매입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제품을 산 후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납품업체의 재고부담이 적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대형마트는 직매입 비율은 76.6%, 특정매입 비율은 8.7%에 달한다. 이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판매분 매입을 금지하면 직매입 비율을 더 높여가는데 상황이 경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형마트의 경우 품목별로 직매입 비율이 높게 형성돼 있고 납품업체들과 바이어들 사이에 유동적은 매입이 이뤄지고 있다”며 “큰 정책적 효과는 현장에서 못 느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판매업자 입장에서도 판매분 매입 금지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재고에 대한 사후처리안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발주를 하는 데 있어서 소극적으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상품의 경우 그 상품의 운영 행태 때문에 직매입이 아닌 판매분 매입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가령 유통기한이 민감한 우유와 같은 상품들의 경우 납품업체가 본사 한 곳이 아닌 대리점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대리점이 직접 관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의 다양한 경로에 대해서 일괄적인 규제 적용은 항상 부작용을 불러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우선 대형유통기업 입장에선 최대한 공정위 측이 내놓은 대책에 협조해서 개선해 나갈 점은 나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