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성 유 씨는 요즘 급격하게 체중이 감소했다. 요즘 들어 속을 썩이는 딸아이 때문에 밤에 자려고 누우면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 했지만 갈수록 없던 증상도 나타났다. 조금만 움직여도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웠다. 당연히 입맛도 없었다. 집안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도, 건강상 앓고 있던 지병도 없었는데 갑작스레 나타나기 시작한 증상에 당황한 유 씨. 급히 찾아간 정신과 병원에서는 화병을 진단했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화병 환자의 대부분은 40~50대 중년여성인 것으로 타나났다. 그 만큼 주부이자 어머니 역할을 맡고 있는 이 시대의 중년 여성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게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화병을 앓게 된 이유를 살펴보면 남편과 시댁에서 오는 스트레스, 자식과의 관계 등이 주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병증상으로 가슴 답답함, 가슴 두근거림, 한숨, 건망증, 두통, 어깨통증, 목통증, 눈의 피로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방신경정신과 자하연한의원 임형택 원장은 “억울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 정신적 억압 등의 원인으로 주부화병을 겪고 있는 여성들이 많다”며 “감정적으로 예민한 상태와 신체적으로 불편한 증상들이 지속돼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울화병이라고도 불리는 화병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한 심리상태를 만들 수 있는데다가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증 등 다른 정신질환을 동반할 가능성이 있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어떤 증상 나타나면 화병치료 해야 할까?

이처럼 화병은 위험성이 높은 정신질환이지만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정신과 치료에 대한 두려움 등의 복합적인 원인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화병은 참아서 생긴 병이기 때문에 참아서 해결하겠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방법도 없다는 지적이다.

임형택 원장은 화병자가진단을 해보고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이기 시작할 때 화병을 의심해봐야 하며,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 ▲무언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 ▲열이 얼굴이나 가슴에 올라오는 느낌 ▲목이나 명치에 무언가 뭉쳐진 느낌 ▲억울하고 분한 느낌 ▲갑자기 화가 나고 분노가 치미는 듯한 느낌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 ▲잠을 못 이루고 자주 깨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증상 ▲두통이나 어지럼증의 증상 ▲입이 마르거나 목이 자주 마른 증상 ▲식욕이 잘 안 생기는 증상 ▲두려운 생각이 자꾸 들고 쉽게 놀라는 증상 ▲잡생각이 자꾸 드는 증상 ▲삶이 허무하고 우울하게 느껴지는 증상 ▲한숨을 자주 쉬는 증상 ▲한스럽게 느껴지는 증상

효과적인 한방치료…부담 없이 화병 해소할 수 있어

자하연한의원에서는 효과적인 화병치료를 위해 ‘정심방’ 치료법을 권하고 있다. 정심방요법은 상담을 통해 마음을 추스르는 동시에 한방치료로 몸을 달랠 수 있는 화병치료법이다.

정심방 치료법은 특히 정신적인 문제가 나타나는 원인을 심장의 기능 이상에서 찾고 있다. 또 한약과 침을 이용해 화병 등의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있는데, 시호‧치자‧석고 등 환자의 상태에 맞는 약재로 만들어지는 탕약은 심장의 화를 내리고, 냉각수를 보충해 심장의 과열을 막아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

특히 세심한 상담은 정심방 치료법의 대표적인 인기요인이다. 환자가 삶을 스스로 당당하게 살아갈 힘을 이끌어내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 상담은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1:1 상담에서는 인지 행동 치료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도록 돕고 있다. 가족상담에서는 가족 간의 문제를 분석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동일 질환 환자들과 함께 모여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치료 의지를 고취시킬 수 있는 집단상담도 마련되어 있다.

임 원장은 “화병은 우울증과 같은 다른 정신질환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지만 신체적 증상이 주가 된다는 점을 알면 구별해낼 수 있다”며 “정심방요법을 통해 마음의 병인 화병을 없애는 동시에 이로 인한 신체 증상까지 개선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