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ㆍ김양규 기자] 동부제철이 채권단의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제 동부그룹 금융 계열사의 지배구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금융당국 고위층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만나 김 회장의 장남 남호씨의 동부화재 지분(14.06%)을 담보로 요구한 데 이어 채권단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남호씨가 보유한 금융 계열사 지분에 대해 지난 24일 “채권자가 남의 재산을 내놓으라고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면서도 “남호씨가 특수관계인에 해당한다.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동부그룹 금융 계열사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류 부행장은 이어 “남호씨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 몇 퍼센트인지는 파악이 가능하지만 그 가치가 얼마인지는 파악이 어렵다”며 “채권단이 알 수 있는 사항은 그 주식과 현재가치 정도”라고 했다.
앞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동부 측 인사를 만나 “동부가 금융 계열사까지도 내려놓을 각오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화재는 동부증권과 동부생명, 동부자산운용, 동부저축은행 등을 직간접적으로 지배하는 금융지주회사 격이다. 동부그룹 계열사 중 규모(자산 31조원)가 가장 크고, 지난해 말 기준 당기순이익이 2725억원에 이르는 알짜 회사다.
이같은 상황에서 남호씨의 지분을 담보로 제공할 경우 금융 계열사의 지배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동부 관계자는 “(남호씨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라는 채권단의 주장은 오너가족이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금융 계열사는 동부제철의 유동성 문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남호씨) 지분을 담보로 맡길 경우 주주는 물론 고객, 종업원까지 혼란을 야기할 수 있어 회사에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국과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 회장은 금융부문을 지배할 수 있는 지분을 일찌감치 남호씨에게 넘겨줬다. 때문에 금융 계열사는 채권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동부그룹의 담보제공 거부로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철이 채권단의 공동관리에 넘어가게 됐다. 그러나 남호씨 지분을 놓고 채권단과 동부그룹 간 갈등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dscho@heral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