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간의 ‘문창극 논란’은 결국 자진사퇴로 결말이 났다. 예고된 수순이었으나 문 총리 후보자 개인은 물론, 박근혜정부를 포함 여권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새 총리 후보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을 깜짝 지명하자 헌정 사상 첫 기자 출신 총리 탄생 가능성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청와대는 이날 문 후보자에 대해 “뛰어난 통찰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공직사회 개혁과 비정상의 정상화 등의 국정과제들을 제대로 추진해 나갈 분”이라고 평가했다. 바로 직전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의혹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상황이어서 문 후보자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사전 검증을 철저히 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전 여론 검증의 칼날은 안 후보자 때 못지 않게 날카롭고 혹독했다. 지명 첫날부터 문 후보자가 중앙일보 재직 시절 쓴 칼럼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한 글이 알려지면서 야당으로부터 “균형감을 갖고 국정을 통할할 수 있을지 지극히 의심스러운 대표적인 극우 보수논객, 편가르기 인사”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11일에는 문 후보자가 장로로 있는 서울 온누리교회 특별강연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역사관 논쟁으로 점화했다. 2011년 강연에서 문 후보자가 ‘일제의 식민지배를 받은 것과 남북 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알려지면서 문 후보자의 역사관을 둘러싼 파문이 급속히 확산됐다.
이에 대해 문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후보자가 언론인 시절 교회라는 특정 장소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라는 특수성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12일 문 후보자는 과거 교회 강연과 관련 사과할 뜻이 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과는 무슨 사과할 게 있나”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해당 언론사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 때부터 여권 내에서는 자칫 안대희 전 대법관에 이어 문 후보자까지 총리 후보 신분에서 낙마하는 초유의 ‘인사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위기감이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인사청문회까지 가기 전에 문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당권주자들 입에서 나오면서 자진사퇴는 기정사실화했다.
지난 15일에는 문 후보자가 기존 입장을 접고 과거 발언에 대한 사과입장을 밝혔으나 급속히 냉각된 여론을 뒤집을 순 없었다. 급기야 중앙아시아를 5박 6일 일정으로 순방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및 인사청문요청서를 재가하지 않음으로써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자연스럽게 확인됐다.
신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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