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덕 교수, 타임스스퀘어에 고발 광고 -日 ‘유네스코 최대후원국’ 영향력 행사 의혹 -올해 12월 1일까지 경과보고서 제출해야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600명이 강제징용 당했고, 120명이 죽었다. 하시마 섬은 ‘지옥섬’이다”
‘군함도의 진실’을 고발하는 15초 분량 광고 영상이 미국 뉴욕 심장부인 타임스스퀘어 대형 전광판을 가득 메웠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43)는 일제강점기 한인을 강제징용해 노예 생활을 강요했던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군함도(일본명 하시마·端島)의 진실을 고발하는 영상을 3일 오전(현지 시간)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띄웠다고 4일 밝혔다.
5일은 일본이 군함도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한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광고를 기획한 서 교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군함도는 한국인들을 강제 징용했던 섬이고 12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옥섬’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며 “오늘부터 9일까지 타임스스퀘어의 가로 66m, 세로 13m 규모 대형 전광판에 하루 1000회씩 일주일간 총 7000회 노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일본 정부는 2년 전 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올리면서 강제 징용 사실을 알리는 정보센터를 건립하기로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지키지 않았다”며 “세계 여론을 통해 일본을 압박해 강제징용 사실을 인정하게 하고 이를 알리는 안내시설 설치를 촉구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일본 정부는 전국에 흩어진 23개 산업시설을 모아 ‘메이지(明治)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이라는 명칭을 붙여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등록 권고를 받아냈다. 한국과 일본은 2015년 7월 5일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근대산업시설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이 있었음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결정문에 명시키로 하고, 이들 시설의 유산 등재에 합의했다.
당시 일본은 군함도 등 7개 시설에 대해 강제 노역 인정과 안내센터 설치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조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군함도는 관광객으로 넘쳐나지만 관광 안내서에도, 가이드 설명에도, 안내 영상에도 강제 징용 사실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네스코의 최대 후원국인 일본이 돈줄을 쥐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유네스코 예산 부담 비율은 미국(22%)이 가장 많고, 일본(9.6%)·중국(7.9%)·독일(6.3%) 등이 뒤를 잇고 있으나, 미국이 2011년 팔레스타인이 유네스코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어 현재는 일본이 최대 분담국이다.
일본은 자국에 불리한 결정이 내려질 때마다 분담금 납부 보류 카드를 꺼내들어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중국의 ‘난징(南京)대학살’ 관련 자료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자 일본은 유네스코 측에 지원금을 끊을 수도 있다는 식의 ‘압박’을 가했다.
지난해에도 한중일 시민단체 등이 일본군 위안부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하자 일본은 매년 내던 분담금을 내지 않고 버티다가 연말이 돼서야 34억8000만 엔(약 350억 원) 지급했다.
한편 지난 3일(현지시간)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열린 제41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한국 측 수석대표인 이병현 주 유네스코 대사는 2015년 7월 일본 산업시설들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때 일본 정부가 약속한 사항들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사토 구니(佐藤地)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약속한 대로 오는 12월 1일까지 경과 보고서를 내기 위해 충실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국립보존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해석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과보고서 제출 시한은 올해 12월 1일까지이며 내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는 보고서를 검토해 의견을 내게 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