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0일 비정규직노조 파업 서울 59곳 가정통신문 보내 학부모 “파업 사유 알렸으면” 불편함 호소 속 지지도 많아

서울 영등포구 모 초등학교 후문. 매일 오전 7시20분이면 들어오던 급식용 식자재 차량이 29일 끊겼다. 대신 학생들은 도시락통을 손에 손에 들고 있었다.

김밥, 샌드위치부터 반에서 만들어 먹을 비빔밥용 재료를 챙긴 학생도 있었다. 학부모들은 가정통신문에서 파업 배경을 좀 더 설명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29일 아침 서울 영등포구 Y초등학교 학생들이 손에 도시락통을 들고 등교중이다.
29일 아침 서울 영등포구 Y초등학교 학생들이 손에 도시락통을 들고 등교중이다.

이 학교 6학년 딸 등교길을 배웅하던 박모(53ㆍ여) 씨는 김밥과 샌드위치를 근처에서 샀다고 했다. 박 씨는 “요즘 엄마들이 도시락 언제 싸봤나요. 소풍갈 때도 학교에서 전부 챙겨주죠. 직장 엄마들은 더 힘들죠. 뭐 싸줘야 하는지도 고민이구요”라고 했다. 옆에 있던 A 양은 “정말 예전에 소풍 갈 때 엄마가 도시락 싸줬던 거 먹어보긴 했어요”라고 거들었다. 박 씨는 그럼에도 파업은 지지한다고 했다. 박 씨는 “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곳이잖아요. 단돈 얼마를 받더라도 사명감을 위해서라면 학교에서 비정규직을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학교 앞 골목길에서 학생들 교통 지도를 하던 김모(39ㆍ여) 씨의 생각도 같았다. 이 학교에 1학년ㆍ4학년 자녀를 보내고 있다는 김 씨는 동생에겐 김밥을 싸줬다고 했다. 큰 아이는 담임 선생님이 반에서 비빔밥을 만들기로 해 부침용 분홍소세지를 들려 보냈다.

김 씨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김밥을 쌌으니 피곤하긴 하죠. 그런데 아이들끼리 하나의 (비빔밥 만들기)이벤트로 이렇게 될 수도 있으니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라고 했다. 다만 김 씨는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보낼 때 왜 오늘 급식이 안나오는지, 파업을 왜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 서울 구로구의 S중학교 학생들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단축 수업을 하기 때문이다. 체육복을 입고 등교 중이던 2학년 이모(15) 군은 “오늘 단축수업 하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급식 때문인지는 몰랐어요. 그냥 선생님이 집에 일찍 간다고만 했어요”라고 했다. 같은 학년 김모(15) 군은 자기는 파업 때문인 것을 알았다며 “엄마는 애들 밥은 먹여야하지 않냐며 뭐라고 하셨는데 아주머니들도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요구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둘은 수업이 끝나면 떡튀순(떡볶이ㆍ튀김ㆍ순대)을 먹기로 했다.

선생님들은 어떨까. 서울 노원구 B초등학교는 아이들을 오전에 돌려보내고 선생님들끼리는 가까운 식당에서 음식을 시켜먹기로 했다. 이 학교 교사 윤모(55ㆍ여) 씨 “연초에 정해놓은 수업시수를 단축수업으로 인해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다”며 “다만 오후 수업이 상대적으로 적은 요일이라 큰 영향은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 파업에 따른 급식 중단학교는 서울 기준 59개교다. 도시락지참을 공고한 학교는 15개교, 빵ㆍ우유 제공은 31개교다. 단축수업을 실시한 학교는 10개교다.

학비노조는 이날 오전 전국 2만여명이 참가하는 각 시도교육청별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30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다. 학비노조에 따르면 전국 초ㆍ중ㆍ고 및 특수학교 1만1698개에서 614만명의 학생이 급식을 먹고 있다.

영양사와 조리사, 조리원 등 7만2827명이 학교급식업무에 종사 중이다. 이중 90%인 6만5439명이 비정규직으로 근무중이다. 학비노조 측은 현재 10년차 정규직ㆍ비정규직 임금 차이를 80%까지 맞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임금교섭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진원ㆍ박로명 기자/jin1@


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