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ㆍ서비스업 86% “퇴근후 스마트폰업무 경험” -‘퇴근후 금지법’ 발의…전체 업종 일괄적용은 무리 반론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 직장인 최모(32) 씨는 시도 때도 없는 “카톡카톡” 소리가 거슬린다. 회사 부서의 단체방 카톡소리다. 최 씨는 “회사 단톡방이 울리면 기본적으로 긴장하기 마련인데 카톡방 열면 정작 팀장의 쓸데없는 개인사 관련 얘기나 잡담이 많다”고 했다.

최 씨는 “업무 때문에 카톡 알람을 끌 수도 없는데 팀장은 아랫사람이 편해서 그런지 출퇴근 시간 가리지 않고 카톡을 한다. 아랫사람 입장에선 팀장의 한마디가 편할리 없잖은가”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팀장 카톡에 답을 하지 않으면 팀장이 무안해할까봐 일일히 답하며 ‘감정노동’ 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제발 SNS 상에서도 출퇴근 시간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몸이 퇴근해도 카톡 때문에 일의 연장선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출근 전에도, 퇴근 후에도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 ‘문자’, ‘메일’ 알림 메시지. 주말과 휴일에도 이어지는 상사의 업무 관련 지시 사항들.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추가 근무 문제는 그간 꾸준히 지적됐다. 한국노동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10명 중 8명은 퇴근 후 스마트폰 업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제조업ㆍ서비스업 근로자 24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6%가 퇴근 후 스마트폰 업무를 경험했다.

평균 초과근무시간은 일주일에 677분, 11시간을 넘었다. 근로기준법 상 허용되는 연장 노동이 주당 12시간인 것을 감안하면 스마트폰으로 발생한 11시간의 추가 업무 시간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다.

각종 스마트기기의 발전은 문제를 심화시킨다.

직장인 유모(30) 씨는 잘 때마다 스마트밴드를 찬다. 자칫 카톡 알람을 놓칠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친구나 지인들 카톡알람은 모두 꺼놓고 회사 단톡방 알람만 켜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유 씨는 “외국 바이어와 급한 계약을 앞두고 상사에게 ‘다음날 확인했다’는 변명을 했다가 심하게 혼난 바 있다”며 “확인할 때까지 진동을 울리게해 절대 회사 단톡방 지시사항을 놓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유 씨는 매일밤 울리는 카톡 알람에 숙면을 취하는 날은 거의 없다고 했다. 유 씨는 요즘 친구에게서 오는 카톡 알람에도 깜짝 놀란다. 그는 “밤에 밴드가 울릴 때마다 노이로제에 걸린다”며 “생업이니 참고 견디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프랑스는 최근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추가한 새 근로계약법을 내놓고 시행에 들어갔다. 종업원 50명 이상 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근무 시간 외 업무 관련 메일 수신을 거부할 법적 권리’를 부여받았다. 기업들의 노력도 주목 받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기업 폴크스바겐은 업무시간 외 연락을 기술적으로 차단했다. 업무 종료 30분 후 업무용 스마트폰의 이메일 기능이 중지된다. 다음날 근무 시작 30분 전에야 서버가 살아난다.

한국에서도 법제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사용자가 법정 근로시간 이외 시간에 전화, 문자, 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해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등 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에 회부 돼 있다.

그러나 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다. 업무시간 외에도 긴급한 연락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업종별로 차이가 커 일괄적인 법 적용은 무리라는 반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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