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빠삐용’ 탈옥 끝에 찾은 자유 드라마 ‘투윅스’ 누명에 쫓기는 억울함…주인공에 대한 연민, 현실에선 분노만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의문의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한 남자가 살인범 누명을 쓴 채 쫓긴다. 또 다른 남자는 납치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정체 모를 협박범의 지시에 따라 그 남자와 동행하게 된다. 사정을 알리 없는 경찰은 이들을 집요하게 추격한다. 영화 ‘표적’의 이야기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투윅스’에서도 누명 쓴 남자 주인공이 등장했다. 쫓기는 몸이다 보니 생사를 다투는 딸에게 골수이식도 해주지 못한다. 결국 남자는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 스스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 ‘도주자’들은 대체로 악인이 아니다. 무고한 인물이 수사기관의 무능함 탓에 범죄자로 몰리거나, 소시민이 권력자의 죄를 뒤집어쓰는 경우가 많았다. 관객은 도주자에게 연민을 느끼고, 무사히 몸을 피하길 응원한다.
현실로 돌아오면 도주자들은 지지받지 못한다. 그들은 애초부터 결백하지 않을 뿐더러 도주를 정당화 할 사연도 없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도주자들은 죄를 저질렀지만 죗값은 받기 싫은 파렴치한일 뿐이었다.
무려 2년6개월간 도주 행각을 벌인 신창원은 강도치사죄로 수감돼, 탈옥 후에도 성폭행과 절도 등을 저질렀다. 11개월을 숨어 다닌 유영철은 희대의 살인마였다. 그들은 도주까지 감행하면서 경찰력 낭비로 세금을 축내고 사회를 불안에 떨게 했다.
지금 또 한 명의 도주자가 뉴스와 신문을 연일 장식하고 있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다. 그는 청해진해운을 부실하게 경영해 안전 관리의 문제를 초래한 장본인이다. 승객들의 목숨을 담보로 과적(過積)을 묵인하고 자신의 사진 전시실을 증축하기도 했다. 결국 수백 명의 아이들이 수장되는 비극이 벌어졌지만, 유병언은 사고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해명이나 사죄는 커녕 몸을 숨기기에 여념이 없다.
강력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가 도주하면 시민들은 두렵다. 반면 유병언과 같은 사회권력층의 도주극은 분노를 일으킨다. 그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상의 의무)는 바라지도 않지만, 범법 행위에 따른 책임은 지는 최소한의 양심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도주극을 담은 숱한 영화에서 인물들의 운명은 저마다 달랐다. 빠삐용은 천신만고 끝에 탈옥하고 마침내 자유를 되찾는다. 반면 경찰에 쫓기던 델마와 루이스는 벼랑 끝에서 힘껏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생을 마감한다.
현실에서 도주의 끝은 비극 뿐이다. 아무리 신출귀몰한 도주자라도 그가 갈 곳은 결국 차가운 교도소다. 다만 현재로선 유병언 주연 도주극의 러닝타임이 얼마나 길어질 지 알 수 없다. 오직 분노만 자아내는 영화를 몇 시간짜리인지도 모르고 지켜보는 관객들은 허탈할 수 밖에.
이혜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