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생생뉴스=구본단 문화평론가]고 최진실 씨의 모친이 딸과 사위였던 야구선수 고 조성민 씨의 사주 및 궁합이 매우 좋지 않았다고 최근 공개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정말 궁합상 상극이고 서로 ‘살’이 들어 비극을 맞은 것인가. 이런 추측이 터무니 없는 미신을 양산하고 해당 고인과 가족, 나아가 비슷한 비극을 겪은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고 있다.
지난 16일 방송된 종편 채널 MBN의 ‘힐링 토크쇼 어울림’에는 고 최진실의 어머니 정옥숙 씨가 출연했다. 이날 정옥숙 씨는 “두 사람(최진실, 조성민)의 궁합을 보기 위해 북한산의 한 스님께 갔는데 ‘결혼하지 마. 둘이 안 맞아. 결혼하면 둘 다 죽어. 딸은 그냥 만인의 연인으로 살게 해’라고 하더라”고 말하더라는 일화를 소개했다.
정 씨는 이어 “그래도 OO 낳고 둘째 임신할 때까지만 해도 조성민을 보고 어쩜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었다. 최진실에게 정말 자상하고 잘해줘서 ‘부부라는 건 저렇게 사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OO 아빠는 평생 죽을 때까지 안 변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정 씨는 궁합이 맞지 않는 두 사람의 결혼을 걱정하면서도 이들이 한 때 단란한 가정을 이뤄 잘 사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었지만 결국 모 스님의 말처럼 비극으로 끝나더라고 말한 것 같다. 단, 정 씨가 과연 궁합 풀이에 의한 운명을 믿게 됐는지, 아니면 우연의 결과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궁합은 엄연히 미신이라는 것이다. 어떠한 과학적 근거와 통계도 갖고 있지 않다. 혹자는 사주나 관상 풀이 등이 역대로 쌓인 통계를 기반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로 어떤 근거도 없다. 우주의 탄생 스토리까지 추적하게 된 과학의 시대에 아직도 궁합이 그럴 듯한 신빙성을 갖고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다는 게 개탄스럽다. 이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보도하는 매체들의 행태 또한 가관이다.
2000년 이래 우리나라 이혼율은 지속 증가하면서 세계 1위, 2위를 다투고 있다고 한다. 갑자기 사람들이 궁합을 안 맞춰 보고 마구잡이로 결혼해서 이런 일이 생기고 있는 건가. 가정이 파탄나는 것은 사회적 문제와 개인사, 경제 문제가 주요 요인이라는 점은 무수한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 결코 자신이 태어난 시간과 이름 석자 때문에 운명처럼 누군가와는 찰떡 궁합이고 누군가와는 원수지간이 되어버리는 게 아니다.
혹세무민하는 일부(또는 다수일 가능성이 있는) 무속인, 역술인들의 무기는 인간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애매모호한 풀이로 백발백중인 것처럼 속인다. “외향적인 척 하지만 실은 내성적이로군” “머리는 좋은 편인데 집중력이 떨어져서 능력 발휘를 제대로 못 하네” 이런 소리에 더이상 속지 말아야 한다.
심각한 우울증을 앓던 중 옳지 못한 선택으로 유명을 달리한 한 유명 연예인, 그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감내하기 힘겨웠던 주변 가족들의 잇단 잘못된 선택. 그것이 최 씨 남매와 전 남편 조 씨의 비극의 실체다. 이를 궁합 탓으로 몰고 간다면 지금도 ‘서방 잡아먹은 X’이란 소리를 듣고 있는 미망인들에 대한 비난도 타당하다는 논리가 된다.
전형적인 미신인 궁합을 믿을 바에 차라리 배우자감의 경제사정, 가정환경, 마음씀씀이를 한번 더 살펴보는 게 낫다. gyumm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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