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 “걸그룹 섹시 컨셉 이젠 지겨워, 너무 많고 너도 나도 비슷하잖아.”

말은 그렇게 해도 만화주인공 같은 에이핑크가 해사하게 ‘미스터 츄’를 불러대면 대체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에이핑크는 섹시컨셉이 아니라고 우길지 모르지만 거기서 거기다. 요즘 가요시장은 자고 나면 걸그룹이 뚝딱 생겨나는 것처럼 보인다. 두달여 사이에 원피스, 베리굿, 배드키즈, 마마무, 단발머리, 스칼렛, 스마일지, 시크릿 동생 등 줄줄이 생겨났다. 걸그룹이 너무 많은 걸까.

케이팝 저작권료 톱10에 드는 작곡가 김도훈(41ㆍ와엔터테인먼트 공동 대표)씨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솔로, 듀오, 보이 그룹, 밴드 등 매일 많은 가수들이 나오고 숫적으로 따지면 오히려 밀리지만 걸그룹의 화려함 때문에 더 두드러져 보인다는 얘기다.

휘성, 거미, 백지영, 박효신, 씨엔블루 등 노래 잘하는 가수들과의 작업으로 유명한 김 대표는 2012년 와엔터테인먼트를 설립, 아이돌 팬텀과 긱스를 성공적으로 데뷔시킨 바 있다. 그런 그가 이제 ‘말 많은’ 걸그룹을 선보이겠다고 하니 의아스러울 수 밖에 없다.

김 대표는 걸그룹을 지겹다고 느끼는 건 대중이 다른 색깔을 원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짜여진 똑같은 춤을 추는 걸그룹에 식상해져 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소녀시대의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고 해서 걸그룹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여전히 걸그룹은 시장성이 있어요. 다만 똑같은 형식은 이제 나오면 안될 것 같이요. 다르면서 좋아야죠.”

그는 걸그룹의 섹시 컨셉에 대해서도 포용적이다. “섹시를 내세운다고 다 별로인 건 아니다. 매력이 있으면 좋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퍼포먼스를 노골적이고 과하게 하는 것도 “다 한번이라도 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것. 이 모든 것의 기본은 음악성이다. 일단 시선끌기에 맞추더라도 음악이 모자라면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 대표가 18일 미니앨범을 내고 정식 선보이는 걸그룹 마마무는 기존 걸그룹에 비유하자면 브라운아이드걸스에 가깝다. 멤버들의 개성과 색깔을 그대로 살리면서 능동적으로 무대를 끌어갈 줄 아는 걸그룹이다. 쟝르도 발라드, 알앤비, 록 등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펼칠 예정이다.

이미 범키와의 ‘행복하지마’, 케이윌-휘성과의 ‘썸남썸녀‘로 프로젝트 음반을 선보인 마마무는 탁월한 가창력과 멤버들의 확연한 개성으로 기대가 모아지는 상황이다.

“2년전부터 걸그룹을 기획해왔어요. 노래 잘하고 빅마마보다는 덜 심각하고 무대에서 잘 놀줄 아는 친구들을 뽑었지요. 무엇보다 노래는 양보할 수 없은 부분이었고요.”

그는 마마무가 무대에서는 멤버 각자가 주체적으로 에너지 넘치는 공간을 만들어내길 원한다. 이번 타이틀곡의 안무도 전체적으로는 뮤지컬적인 느낌이 나는 형식이다.

‘케이팝 히트 제조기’로 불리는 그의 대중음악 작곡론은 단순하다. 대중음악은 즐겁든 슬프든 대중의 감성대를 건드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그는 히트곡은 확률이라고 말한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코드가 있죠, 히트에 가까운 범주가 있어요, 확률 싸움이죠. 과거 히트한 곡의 히스토리를 살펴보면 어느정도 답이 나와요. 이런 리듬, 가사, 코드 진행할 때 대중이 열광하는구나. 그걸 염두에 두고 작곡할 수 밖에 없어요. 대중에게 익숙한 코드 안에서 멜로디를 풀고 리듬을 씌우고 가사를 붙이는 거에요. 예를 들자면 ‘겨울왕국’의 ‘렛잇고’는 완전 머니 코드죠. ”

요즘은 음악시장이 글로벌화하고 빨라지면서 다양한 문화와 감수성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작곡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

“케이팝은 해외시장의 수요가 더 크기때문에 해외 각국의 정서를 반영할 수 밖에 없어요, 시장이 커지고 다양해지면서 생긴 현상이죠. 한 곡에 여러 색을 넣다보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작곡가가 공동작업하는 형태가 일반화돼가고 있어요.”

그는 현재 가요시장의 특징을 세가지 흐름으로 짚었다.

우선 30,40대 추억의 가수, 레전드 가수의 인기다. 이는 40대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시장으로 편입된데 따른 것. 과거 가요시장에서 40대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으나 이들이 젊었을 때 가수들을 소환하면서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10,20대 중심의 팬덤이 형성된 기존 아이돌 시장이다.

여기에 최근 20, 30대 초반의 트렌드세터 중심의 힙합과 알앤비 시장이 흐름을형성해가고 있다. 이들은 아이돌에 지친, 새로움을 좋아하는 젊은 층 중심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김 대표는 아이돌도 진화해가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돌을 기획할 때 몇년 뒤를 바라보잖아요, 지금까지 짜여진 스타일대로 노래하는 아이돌이었다면 앞으로는 언더그라운드와 함께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돌이 생겨날 것 같아요, 그런 성향을 갖고 있는 아이돌을 뽑고 교육시키는게 이제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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