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유출피해 우려때 가능 심의거쳐 뒤 6자리 바꿀수 있어 ‘전면 무작위 대체안’ 국회 발의 헐값에 팔린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성전환자, 북한이탈주민 등만 바꿀 수 있었다. 주민번호 폐지론도 불거진다.
행정자치부는 30일부터 주민번호 유출로 생명ㆍ신체ㆍ재산ㆍ성폭력 피해가 우려되는 사람은 주민번호 변경 신청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새 제도에 따라 주민번호 변경 희망자는 개인정보 유출확인서 같은 입증자료와 신청서를 작성해 주민등록지 상 읍ㆍ면ㆍ동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된다. 이후 행자부 산하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 심의를 거쳐 주민번호 뒷자리 중 성별을 구분하는 첫 숫자를 제외한 6자리의 변경이 가능하다.
이런 제도 변경은 헌법재판소가 2015년 12월 주민번호 일괄 변경 금지는 헌법에 맞지 않다고 판결하면서 이뤄지게 됐다. 2011년 네이트 싸이월드 개인정보 유출사건 및 2014년 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피해자들이 헌법재판소 문을 두들겼다. 이들의 유출된 주민번호는 개당 10~50원에 보이스피싱, 불법 대부업체 등으로 유통됐다.
기존에 주민번호 변경은 까다로웠다. 먼저 성전환자의 경우 외부 성기 수술을 받은 경우 행정 절차를 통해 주민번호 변경이 가능했다. 지난 2월에는 성기 수술을 받지 않은 남성에서 여성 성전환자가 소송을 통해 처음으로 주민번호 뒷자리 ‘1’을 ‘2’로 변경을 인정받아 화제를 모았다.
또 북한이탈주민은 국가정보원에서 운영하는 경기도 안성시 하나원을 소재지로 하는 주민번호를 받았다. 남성의 경우 뒷자리가 ‘125’로, 여성의 경우 ‘225’로 시작했다. 이로 인해 중국이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 부작용이 일었다. 북한이탈주민 관련 법안을 일부 개정해 현 거주지를 기반으로 한 차례에 걸쳐 정정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정서적인 이유로 주민번호 변경이 허가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세종특별자치시가 출범하고 지역정보 번호가 ‘44’로 지정됐다. 2000년 이후 출생한 여성은 주민번호 뒤 첫 자리가 ‘4’로 부여됐다. 세종시민 박모 씨는 딸의 주민번호가 ‘4444***’이 됐다며 변경 신청을 했다. ‘죽을 사(死)’자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였고 행정심판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4444’ 주민번호 변경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민번호 변경 금지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 낸 민변과 진보네트워크 측은 카드 3사 개인정보 유출로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 피해가 예상됨에도 주민번호 변경이 금지되는 것은 ‘사(死)’ 자에 대한 정서적 이유를 근거로 변경이 허가되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헌재 판결 이후 주민번호 변경이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너무 많은 개인정보를 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진보네트워크 장여경 활동가는 “주민번호 하나만 보면 생년월일은 물론 성별, 태어난 지역 등 수많은 개인정보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 사무차장으로 주민번호 소송을 함께 진행한 이혜정 변호사는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완벽한 무작위 번호를 부여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진선미 의원 등 12명의 의원은 주민번호의 변경 허용 및 생년월일ㆍ지역ㆍ성별 정보를 제거한 전면 무작위 13자리 번호로 대체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20대 국회에 발의했다.
김진원 기자/
jin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