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대책 이후 승인액 반토막 3년만에 ‘빚의 역류’ 본격화
은행들도 고객 충성도 낮아져 외면 수요자 2금융권으로 발길 돌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규제가 지속되며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드는 ‘빚의 역류’가 시작됐다. 특히 은행의 가계여신 증가세를 견인해온 집단대출이 2774억원 감소하면서 늘어나면서 새집시장에 대한 자금차단 효과가 본격화됐다.
새집을 사려면 빚을 낼 수 밖에 없는 서민들 입장에선 돈줄이 막힌 셈이다. 건설사들은 분양이 어려워지며 아우성이다. 낮은 연체율에도 불구하고 수익 좋은 집단대출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은행들도 속앓이만 하고 있다.
▶집단대출 ‘비상계엄’으로 꽁꽁=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권의 월평균 중도금 신규 승인액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지난 2015년 5조7000억원까지 오르다 지난해 4조원 가량으로 다소 줄었다. 특히 집단대출 규제가 포함된 11ㆍ3 부동산 대책 이후 증가액이 대폭 줄었다.
지난해 3분기말까지 은행권의 월평균 중도금 신규 승인액은 4조4000억원이었지만, 4분기에는 2조600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규제 발표 이후 신규 승인액이 반 토막이 나 그만큼 신규 분양시장에 돈이 덜 풀린 것이다. 올 1분기는 아직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이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일 단위로 가계대출 승인액을 점검하고 있다. 당국이 대출증가율을 6%로 제한하는 총량규제를 실시한 상황에서 은행으로서는 집단대출과 같이 규모가 큰 가계대출을 승인하기가 어렵다.
시중은행 리테일 영업담당 부행장은 “집단대출처럼 규모가 큰 대출은 금융당국에 보고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사업성이 없는 분양시장에는 접근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수요’만 인정해선 시장 공멸=은행들도 가계대출이 역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비상계엄‘도 무섭지만, 가계대출 감소는 수개월 후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주택시장의 성장엔진인 분양시장에서 건설사와 수요자가 모두 고사하면, 은행에도 타격이 커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감돌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영업담당 부행장은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경제정책이 절반 이상 차지하기 때문에 은행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선 집이 주거만 하는 곳이 아니라 노후 재산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실수요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지금처럼 강력한 총량 규제를 지속하기보다 수요 쪽 규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부채의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 시장의 거품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공급에 대한 규제는 불가피하겠지만, 집을 사려는 수요까지 규제하면 부동산 시장 자체가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 약자들 피해만=은행에서 집단대출을 받지 못하면 건설사와 새집 수요자는 2금융권으로 가거나 자체적으로 자금을 동원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2금융권에까지 ’비상계엄‘이 확대된 상황이다. 일반대출로 자금을 빌리면 비용이 더 들 수 있다. 그나마 돈을 빌릴 수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첫 새집을 마련하려는 서민들로서는 담보력이 약해 자칫 주택구입 자체를 포기해야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수요자들이 우회로를 찾게 되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늘어나고 금융의 질은 더 저하될 것”이라며 “투기를 억제하려는 당국의의지는 이해하지만, 서민들의 새집마련 꿈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정교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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