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 115개 세션 '체크포인트' 화두로 발전방향 모색 - 전길남ㆍ김정주ㆍ송재경 등 온라인 1세대 조언자 나서

국내 최대 규모 개발자 콘퍼런스인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이하 NDC 14)'가 성황리에 종료했다. 지난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넥슨 판교 사옥 및 인근 발표장에서 진행된 이번 콘퍼런스는 '체크포인트(Checkpoint)'를 화두로, 그 동안 한국 게임산업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특히 카이스트 전길남, 넥슨 창업자 김정주 대표, 온라인게임 1세대 송재경, 김학규, 정상원 등 스타 개발자가 모두 강연자로 나서 게임업계가 나아갈 발전방향을 제시해 의미깊은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올해는 넥슨이 창립 20주년을 맞는 해로서 새로운 도약과 이를 위한 해법을 풀기 위한 차원으로, 'NDC 14'를 통해 내부의 고민과 문제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업계와 소통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한 게임 관계자는 "이번 콘퍼런스는 넥슨이 자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알찬 이벤트였다"면서 "국내 대표 게임사로서 관련업계와 상생하면서 선도기업으로 자리잡은 넥슨의 역할을 일깨운 자리"라고 전했다.

8회째를 맞는 'NDC 14'는 넥슨의 구성원들이 게임 개발과 관련한 기술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자 사내에서 처음 시작한 행사로, 2011년부터 대외에 공개함에 따라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기준 200여 명의 발표자, 100여 개 세션으로 그 규모가 확대됐다. 해마다 직원을 포함한 1만 7천여 명의 업계, 학계 종사자들이 행사장을 방문해 게임업계의 정보공유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해외 강연 세션을 전년보다 대폭 줄이고 모바일게임 개발 및 마케팅, 인디게임 개발 , 창업 프로그램 등 국내 게임시장 전반에 필요한 실무를 주 내용으로 다뤄 차별화를 뒀다는 분석이다.

'넥슨 창업자' 김정주도 체크포인트를 제시하다 이와 관련해 넥슨 박지원 대표는 오프닝을 통해 "게임산업이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치열한 경쟁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함께 나누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이 시간이 지금까지의 20년, 앞으로의 20년을 넘어 게임산업의 역사 속에서 하나의 의미 있는 체크포인트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콘퍼런스는 넥슨 창업자 김정주 대표(현 엑엑스씨 대표)의 깜짝 방문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정주 대표는 카이스트 스승인 전길남 박사의 기조강연 서두에 등장해 청중을 놀라게 했다.

이날 그는 전길남 박사 소개 외에도 예정에 없던 행보로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 '게임회사 CEO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기조강연에서 당초 넥슨의 수장으로 선임된 넥슨 박지원 대표와 넥슨 일본법인 오웬마호니 대표가 토론을 펼치기로 했으나 김정주 대표가 함께 무대에 올라 강연을 주도했다. 그는 "왜 넥슨은 10년 동안 개발작을 내놓지 않는가", "넥슨은 앞으로도 인수합병만 할 것인가", "넥슨이 돈슨이라 불리는 이유" 등 그동안 외부에 알려졌으면서도 스스로 털어놓지 않았던 회사의 깊숙한 고민을 가감없이 드러내 신임 대표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날 김정주 대표가 던진 메시지는 결국 '넥슨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기조강연 중간중간 "넥슨은 전세계에서 게임 개발자가 가장 많은 회사"라고 꼬집는가 하면, "넥슨이 좋은 게임과 최고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또한 말미에 김정주 대표는 "넥슨도 황금기가 있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여기까지 왔다"면서 "다시 한 번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은 기분이 드는 좋은 게임을 만들어달라"고 두 대표에게 당부해 이번 콘퍼런스에서 가장 '체크포인트'다운 멘트로 주목받았다.

1세대 게임 개발자 '자신만의 노하우' 풀어내다 이번 콘퍼런스는 온라인게임 1세대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장의 경험과 노하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됐다는 평이다. 우선 '인터넷-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펼친 전길남 박사는 아시아 최초 인터넷 창시자로서 진정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온라인게임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가장 혁신적인 분야고 우리나라가 잘하고 있다"라면서 "꾸준히 발전하려면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전 박사는 게임규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원래 규제를 하는 조직"이라면서 "게임 중독(어딕션)은 업계(커뮤니티)가 먼저 나서 고민해야 하고, 스마트 시장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송재경, 정상원, 민용재, 김태곤, 김학규 등 온라인게임 1세대를 대표하는 리더들도 각각의 강연 주제를 갖고 고민을 나눴다. 이 가운데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는 자사가 최근 개발하고 있는 세션제 MMORPG '문명온라인'의 기획 동기와 완성되는 과정 등을 공개하면서 '바람의 나라'부터 '리니지', '아키에이지'까지 어떤 형태로 MMORPG가 진화돼야 하는 지 견해를 밝혔다.

송 대표는 "6천년의 역사를 일주일 동안 체험하면서 가상 공간에서 유저 스스로가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 짜릿한 체험이 된다"면서 "결코 혼자서는 이루지 못하는 경험으로, 함께 하는 세상과 사람들 사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 MMORPG의 가치"라고 설명했다. '영웅의 군단'으로 모바일 MMORPG 개발에 성공한 김태곤 엔도어즈 상무이사는 "MMORPG는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모바일게임은 다른 사람이 나와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 하고 콘텐츠가 질리지 않다는 확신을 5분 내에 이용자에게 안겨줘야 한다"고 털어놔 많은 개발자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냈다.

참관객과 실시간 소통 '정보공유의 장' 실천 이밖에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현장 관람객과의 소통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도가 돋보였다. 넥슨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참관객들이 전체 세션의 강연 내용에 따른 궁금한 점을 실시간으로 강연자에게 물어볼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호평을 받았다. 넥슨이 별도로 마련한 온라인 웹사이트에 접속해 해당 강연을 선택하고 질문을 올리면, 참관객들이 해당 질문을 보고 공감이 갈 경우 추천을 많이 할 수록 질문 리스트 맨 위에 나열돼 강연자가 즉석에서 답변을 해주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2회 연속 강연 무대에 선 송재경 대표의 경우 예년보다 강연 내용을 줄이고 참관객들의 실시간 질문에 비중을 둬 많은 공감을 샀다. 이 밖에 넥슨 창립 20주년을 기념한 '게임 레이아웃 전(展)', '게임 아트워크 전(展)' 등 방문객들을 위한 작품 전시회도 이어졌다. '게임 레이아웃 전'은 게임이 제작되는 과정을 차례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한 것으로, 넥슨 판교 사옥에서 진행돼 게임업계 지망생들이 게임 개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게임 회사를 견학하듯 현장 분위기를 몸소 체험해 의미있는 이벤트가 됐다. 아울러 올해로 4회째를 맞는 '게임 아트워크 전'은 자사 게임 전시 외에도 넥슨이 후원하는 게임 제작 동아리의 수상작까지 총 140여 점이 공개돼 방문객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윤아름 기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