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세월호 사고 이후 연이은 화재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다른 어떤 질환과 마찬가지로 화상도 빠른 의료서비스가 이루어져야 생존율과 치료율을 높일 수 있다. 화상은 그 어떤 외상보다 큰 흉이 남게 된다. 뿐만 아니라 화상으로 인해 노출이 많은 손과 얼굴에 손상과 변형을 입게 되면 심리적 어려움과 함께 외상후스트레스를 겪기도 한다. ▶흡입화상 동반되면 사망률 2배 높아져
화상을 원인별로 분류했을 때 화재사고나 프로판, LPG가스 폭발 등으로 인해 화상을 입은 경우를 화염화상이라고 한다. 화염화상의 경우 대부분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나므로 고온열기, 일산화탄소, 연소물질 흡입으로 인한 흡입화상이 함께 발생한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전욱 교수는 “여러 물질의 불완전 연소로 인해 발생된 다양한 유해 화학물질이 폐 깊숙이 침투해 화학성 세기관지염, 기관지수축 등을 일으킨다”며 “점막의 섬모 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분비물 청소기능이 저하되어 폐에 물이 차게 되는 폐부종, 호흡부전을 일으켜 돼 사망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한편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공기 중의 산소가 1/2에서 1/3까지 감소하고, 일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게 된다. 일산화탄소는 산소에 비해 혈색소와의 친화력이 200배 이상이기 때문에 인체에 산소 공급을 차단해 심한 저산소증을 유발한다. 그래서 화재현장에서 화염에 의한 화상과 흡입화상을 동반하는 경우는 사망률이 2배 정도 높아진다.
▶화재사고 수 일 이후에 흡입화상 증상 발견하기도
밀집되고 폐쇄된 공간에서 화상을 입은 경우, 불에 그을리거나 탄 코털, 얼굴과 코·입안과 입주변의 화상, 쉰 목소리, 검은 탄소가루가 섞인 가래 등의 증상이 있다면 흡입화상을 의심하고 정확한 진찰을 받아야 한다. 화상을 입은 지 수일이(4~7일) 지나 호흡곤란의 증세를 보이면 심한 흡입화상의 가능성이 높고 사망률도 높아진다. 그러므로 화재를 겪었다면 흡입화상의 가능성을 염두해야 한다. 고압산소탱크, 인공호흡기, 정확한 진단을 위한 각종시설을 갖추고 있고, 전문적 화상치료가 가능한 대형전문병원에서 진찰과 처치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흡입화상의 치료는 호흡곤란과 폐부종을 방지하기 위해 집중적인 환자의 모니터링과 함께 세심한 수액요법을 시행한다. 습기가 가미된 충분한 산소공급과 화상에 의한 부종으로 인한 기도폐쇄에 대한 기도의 유지, 기관지경을 사용한 폐 세척과 필요한 경우 기관절개술도 고려한다. 흡입화상을 피하려면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가 난 경우 가능한 한 깊은 숨을 들이 마시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젖은 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아 일산화탄소와 유독 가스에 의한 흡입을 가능한 한 방지하고 즉시 넓은 공간으로 대피해야 한다.
▶조직 손상에 따라 치료법 달라져
화상은 조직 손상의 깊이에 따라 1도에서부터 4도로 분류한다. 1도 화상은 자연치유가 가능할 만큼 상태가 심하지 않다. 피부가 햇볕에 오래 노출되면 빨갛게 변하는데 일정 시간이 지난뒤 원래 피부색을 찾는 예가 여기에 해당한다.
2도 화상은 표피 전부와 진피 대부분이 손상을 입어 치료가 필요한 상태를 일컫는다. 물집과 부종, 심한 통증이 있는 표재성 2도 화상과 얼룩덜룩한 색을 띄며 심각한 반흔이 있는 심재성 2도 화상으로 나눈다.
표피와 진피는 물론 피하지방층까지 다쳐 피부이식수술을 요하는 상태는 3도 화상이다. 가장 심각한 상태인 4도 화상은 피하조직 아래의 뼈와 근육까지 손상을 입어 절단술과 피부이식수술, 조직편(플랩)이식술이 필요한 정도를 말한다.
화상은 화상을 유발하는 물질의 온도와 피부에 접촉해 있는 시간에 의해 깊이가 결정된다. 섭씨 55도 온도에서는 10초 동안의 접촉으로, 섭씨 60도 온도에서는 5초 동안의 접촉만으로 깊은 2도 화상까지 진행된다. 따라서 초기 응급 치료에서는 화상 유발 물질과의 접촉 시간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체표면적 15% 이상의 화상은 생명도 위협
화상의 범위가 체표면적의 15~20%가 넘으면 신체 내부의 다양한 장기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화상 부위에서 분비되는 물질들이 혈관에서 조직으로 빠져나가는 체액을 증가시켜서 전신적으로 부종이 생긴다. 반대로 실제 몸을 돌아다니는 순환혈액량은 감소되어 적절한 혈액 순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기 48시간 동안 상당량의 수액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는 영양 공급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피부 재생과 합병증 발생 등이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고칼로리, 고단백질 식사를 하면서 필요한 비타민과 전해질의 보충이 필요하다.
특히 전기 화상의 경우 전기에너지에 의해 심장의 부정맥을 유발시켜 심정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근육을 수축시켜 뼈가 부러지거나 빠질 수 있으며, 외견상 보이는 화상보다 조직 안쪽에 손상을 주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빠른 대처가 중요
사고가 발생한 다음 가장 먼저 할 일은 화상의 원인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물질이 계속 신체에 닿아 있으면 지속적으로 열이 전파돼 환부 손상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회복기간도 지연시킨다. 만약 옷 위에 뜨거운 물을 엎질렀거나 불이 붙었을 때는 무리해서 옷을 벗기보다는 찬물을 붓거나 바닥 위에서 굴러 불을 끈다. 몸에 붙은 옷은 억지로 떼지 말고 그대로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다친 부위가 광범위하다면 깨끗한 천이나 타월로 상처를 감싼다.
생리식염수나 상온의 물을 20~30분 정도 부어 화상범위가 확대되는 것을 막고 통증을 감소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물집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는데 가능하면 그대로 놔두는 것이 좋다. 또 손으로 화상부위를 만지면 2차 감염이 생길 수 있으므로 만지지 않는다.
▶심각한 후유증 남기기도 해
화상은 일반 외상과는 달리 치료 후에도 미용적, 기능적 문제가 남는다. 얼굴이나 손과 같이 외부로 노출되는 흉터로 인해 대인기피증,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또 관절부위에 화상을 입은 경우는 구축이 생겨 움직임에 제한이 온다. 특히 손과 손가락에 구축이 생긴 경우에는 식사를 하거나 글씨를 쓰는 등의 가벼운 일상생활마저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 발의 경우에는 발가락 자체의 움직임보다는 보행이라는 측면에서 기능적인 중요성이 있다. 발목 부분의 심한 구축은 환자에게 보행장애를 가져다 줄 수 있으며, 이는 전체적인 몸의 균형 및 자세, 근골격계에 변형을 초래할 수 있다. <도움말 :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전 욱 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