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10년전 수정 권고한 ‘악법도 법이다’ 논리 -판ㆍ검사 70% 아직도 긍정…입법ㆍ학계 50% 대비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악법도 법이다.”

중학교 사회교과서에 실린 일화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숨지기 직전에 한 말로 알려졌다. 준법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사례로 사용됐다.

그러나 실질적 법치주의와 적법절차가 강조되는 오늘날의 헌법체계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준법이란 정당한 법, 정당한 법집행을 전제로 한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교육부에 교과서 수정을 2004년 10월에 권고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아직도 판ㆍ검사들 중 70%가 넘는 수는 ‘악법도 법이다’는 논리에 동조하고 있었다. 다른 법조계 전문가들과도 뚜렷한 견해차를 보였다.

최근 한국법제연구원(원장 이익현) 김명아 부연구위원은 ‘법전문가의 법의식 조사연구’를 통해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법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법의식 조사연구는 지난 2009년에 이어 7년만이다.

연구를 위해 법제연구원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과 함께 ▷국회의원 및 보좌관, 국회 공무원, 지방의회 의원 등 입법 분야 151명 ▷판ㆍ검사, 법원공무원 등 사법 분야 90명 ▷국가직 5급ㆍ지방직 7급 이상 공무원 등 행정 분야 212명 ▷로스쿨 및 법학과 교수, 법 관련 연구원 등 학계 208명 ▷변호사 및 법무사ㆍ변리사 등 법률 전문가 231명 ▷로스쿨생 및 박사과정 학생 등 예비 법전문가 120명 등 1012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법전문가에게 ‘악법도 법이므로 지켜야 한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전체적으론 59.6%(매우 찬성한다+찬성하는 편이다)가 긍정했다. 부정하는 의견(매우 반대한다+반대하는 편이다)는 의견은 40.3%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판ㆍ검사 등 사법분야 종사자들이 73.3%로 긍정했다. 다른 분야에 비해 유달리 높은 경향을 보였다. 부정하는 의견은 40.3%였다.

반면 로스쿨 및 법학과 교수 등 학계 종사자는 55.8% 긍정 반응을, 국회의원 및 보좌관 등 입법분야 종사자들은 57%의 긍정 반응을 보였다. 행정 분야와 예비법 전문가 역시 각 60.4%와 56.7%만이 긍정했다.

다만 법 전문가들의 이 같은 조사 수치는 2009년 같은 질문에 대한 긍정 63.2%, 부정 36.8% 비율에 비해 낮아진 수치다. ‘악법’으로 여겨지는 대상에 의한 폐해를 법 전문가들이 어느정도 마주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어떤 법들에 대해 법 전문가들은 악법이라고 여겼을까. 연구팀은 법전문가15명을 상대로 이뤄진 한 정성조사를 통해 공정성이나 객관성이 훼손된 법, 국민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법, 법의 기능이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법이 악법이라고 제시했다.

사법 분야 종사 법전문가들의 견해차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이해에서도 차이가 났다. ‘우리 사회에서 법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판ㆍ검사들만이 과반긍정(56.7%)했다. 반면 나머지 입법ㆍ행정ㆍ학계 등의 분야에선 부정응답의 비율이 63.9~54.2%로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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