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전통시장 상인 기대감
“얼마인지 물어보고 가는 사람도 없어, 에휴.”
며칠전 내린 눈으로 꽁꽁 얼어붙은 도로 위로 사람들이 행여 넘어질까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하루종일 영하 10도의 날씨가 이어지는 매서운 추위가 설 연휴 직전 이어지면서 대목을 노리던 전통시장 분위기도 덩달아 썰렁했다. 경기불황에다 날씨까지 매서워지면서 재래시장은 침울했다.
서울 후암시장에서 생선류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날이 너무 추워서 사람들이 밖으로 잘 안나온다”며 “원래 시장이 어렵다. 하지만 올해는 유독 더 춥고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사흘 앞둔 지난 24일, 서울 남대문시장과 후암시장을 돌아봤다.
시장 한쪽에선 상인들이 과일과 채소가 어는 것을 막기 위해 비닐과 이불 등으로 물건들을 덮어놓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추워도 얘기꽃은 살아있었다. 방한복과 목도리 등으로 중무장한 상인들은 가게 안에서 일회용 종이컵에 커피와 차를 나눠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남대문시장에서 건어물 상점을 운영하는 지모(58) 씨는 “가자미랑 부세(참조기와 비슷한 어류) 물건이 참 잘 나왔는데 사가는 사람이 없네(웃음)”라며 짚바구니 위에 진열된 말린 생선들을 매만졌다. 청과점 주인 박모(51ㆍ여) 씨는 “하도 뉴스에서 경기 어렵다 어렵다 하니깐 사람들이 겁먹고 더 돈을 안쓰는 것 같다”며 “시장도 물건 싸고 좋은 것 많으니깐 많이들 오셔서 사가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처럼 설을 앞둔 전통시장의 공기에는 한기가 돌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손길과 눈빛에선 따뜻한 인심은 남아있었다. 발 디딜틈 없이 북적이지는 않아도 여전히 장갑을 낀 채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시장을 거니는 주부와 오토바이에 물건을 싣고 시장을 달리는 사람들로 시장 골목은 분주했다.
후암시장을 들른 주부 김모(44ㆍ여) 씨는 “목요일 저녁부터 먼 데서 조카들과 시동생들이 와서 갈비찜이라도 해 먹일까 해서 나와봤다”며 “날씨가 너무 춥지만 시장 모습 보니 간만에 명절분위기 나고 좋다”고 했다. 김 씨는 “사실 평소에 조금씩 장을 보기 때문에 집앞에 슈퍼마트를 자주 간다”며 “점점 전통시장 들를 일이 줄어들어 이러다 사라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구민정 기자/korean.g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