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법이슈=박진희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만남에 정치권 안팎이 연일 들썩인다. 반기문 전 총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30여 분간 면담이 끝난 후 조기 대선 정국이 술렁인다. 이 전 대통령이 반 전 총장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인 탓이다. 실제 반 전 총장의 대선 조력 측근으로 ‘소위 MB맨’이 대거 포진돼 있다. 이를 두고 정계의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 폼 나게 들어온 반 전 총장, 결국 MB20일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반 전 총장이 이 전 대통령과 만나 “녹생성장 아젠다를 이어받겠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녹생성장이 무엇인지나 알고 하신 말이냐"며 "이명박 정부의 과오부터 공부하셔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의 핵심정책은 4대강 사업과 원전 확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4대강 사업은 한마디로 환경파괴와 부정부패가 만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전까지 단군 이래 최대의 스캔들"이라며 "국민에게 고통을 준 대표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의 대표상품이 바로 원전 확대"라며 "원전 확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의 탈원전 추세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렇게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부정부패와 환경 파괴,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을 이어받겠다고 하시면 우리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 전 총장이) '정치교체'를 말씀하시더니 전형적인 나눠먹기식 구태정치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며 "반 전 총장의 의사가 아니었다면 주변정리부터 하셔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또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으로 가면 새누리당의 충청권 출신의 의원들도 합류할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다고 한다"며 "기가 막히다. 반 전 총장의 이런 모습이 바로 우리 정치에서 사라져야 할 '기회주의'와 '지역주의'"라고 꼬집었다.김 최고위원은 "긴말 필요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다"며 "그렇게 정치를 하시려거든 정치교체를 입에 담지도 말라"고 일침했다.

이날 오전 정두언 전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여당 후보가 되면 망한다"고 주장했다.정 전 의원은 '반 전 총장이 어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는데, 인사차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말에 "전직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왜 만나는지 모르겠다.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그는 "(반 전 총장은) 들어올 때는 정말 폼 나게 들어왔다. 정치 교체하겠다. 진보적 보수 주자가 되겠다. 짬뽕 같은 말이지만 어쨌든 좌표 설정을 잘하고 들어왔다. 자신은 구정치와 결별하고 새정치를 해보겠다, 이런 얘기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그리고 정치권을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이 최대 장점이다, 하고 들어왔다'는 말에 " 그런데 이미 여권 후보로 각인이 돼 버렸다. 정권 심판 프레임에 들어와 버린 것이다. 메시지가 다 그렇다"고 밝혔다. 그는 "이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지금 여권이 10년 집권하고 있지 않은가. 그때 정권을 교체할 때 이 전 대통령이 될 때 일등 공신이 누구였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 하도 민심이 나쁘니까 그것이 일등 공신이었다"고 말했다.이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누가 일등 공신이겠는가. 박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 때보다 훨씬 더 심하다. 그러니까 여당 후보가 되면 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화기애애, 덕담의 30분반 전 총장은 지난 19일 오후 4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이 전 대통령 사무실을 찾았다. 반 전 총장이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안내를 받으며 사무실로 들어서자 이 전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벌려 반 전 총장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이후 면담은 약 30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면담에서 이 전 대통령은 반 전 총장에게 “지난 10년간 세계평화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위해 봉사해오셨다”며 “그 경험을 살려서 대한민국을 위해 열심히 일해달라”고 덕담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특히 반 전 총장이 면담 후 이 전 대통령의 사무실을 나올 때는 이 전 대통령이 반 전 총장과 악수를 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반 전 총장의 팔을 다독이며 “화이팅”을 외쳤다. 반 전 총장은 이에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반 전 총장은 이날 면담에서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해오신 점을 잘 알고 있다.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김 전 수석은 “녹색성장에 대해서는 반 전 총장이 중요한 국가적·세계적 어젠다인 만큼 그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반 전 총장의 주요 업적 중 하나인 기후변화협약에 대해 “196개 당사국의 합의를 이끌어 타결한 것은 정말 대단한 업적”이라 치켜세웠고 반 전 총장은 “이 대통령의 자서전 영문판과 중문판이 나온다 들었다. 잘 되길 바란다”고 덕담으로 화답했다고 반 총장 측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이날 양측은 “두 사람 사이에 정치적 얘기가 없었다”며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반 전 총장의 행보에 조력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직접적인 도움은 아니더라도 측근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돕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현재 반기문 사단에 합류한 MB계 인사 중 MB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낸 곽승준 고려대 교수가 반 전 총장의 대권 행보를 지원할 실무팀의 일원으로 각종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반 전 총장의 외교관 후배이자 MB 정부에서 대통령직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를 맡았던 박진 전 의원도 실무진에 합류한 상태다.여기에 MB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정무수석을 지낸 이동관 전 수석과 김두우 전 정무수석,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반 전 총장을 도울 것으로 알려졌으며,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반 전 총장의 측근이다.이 때문에 반 전 총장이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경우 MB 측근들이 전면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좌우통합인가? 좌충우돌인가? 비꼬는 목소리이 같은 분위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곧 바로 터져 나왔다.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난 것과 관련해 "반기문의 '정치교체'가 '도로 이명박'으로의 교체였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반 전 총장이 오늘 이 전 대통령을 만나 '녹색성장 어젠다를 이어받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토를 파헤쳐 4대강을 '녹조라떼'로 만들어버린 '녹색성장'을 이어받겠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라고 지적했다.그는 "좌우통합 행보를 하겠다더니 연일 좌충우돌하고 있다"며 "입국 후 보여준 행보는 그 자신이 청산의 대상이라는 사실만 더욱 뚜렷하게 증명하고 있을 뿐"이라며 "차라리 대선 출마 포기 선언을 할 것을 권해드린다. 그것이 전직 유엔사무총장이라는 마지막 남은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라고 덧붙였다.그러면서 "국민의 요구는 명확하다. 정치교체가 아니라 정권교체, 아니 정권교체를 넘어서 70년 적폐를 청산하고 공정국가를 만들자는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이날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카가 움직이고 있다. 낙담할 시간이 없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