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美우선주의 정책 국내 주력 수출산업에 걸림돌 관세위협 현실화땐 ‘적신호’ “전략적 협상으로 피해 줄여야”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공식 출범을 앞두고 우리 산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취임 전 부터 기업들을 압박해온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현실화한다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가전, 철강 등 주력 수출 산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세위협’이 현실화한다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대미(對美) 수출에 적신호가 들어올 수 있다.
자동차와 전자업계는 이미 초긴장 상태다. 미국 입장에서 대한(對韓) 무역 적자가 큰 산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전 세계 기업들에 “멕시코 등 미국 외에서 생산된 제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겠다”는 취지의 으름장을 수차례 놓아왔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물론 삼성전자아 LG전자도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신설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미국 현지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 기업에 대한 미국 현지화 요구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라며 “대미 수출 감소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세계적으로 상당한 기술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도체 업계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 산업 역시 관세 장벽이 높아질 우려가 높은 산업이다. 미국이 1조 달러대의 인프라 투자로 철강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측면도 있지만 미국산 제품 이용을 의무화하는 이른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규정 강화로 미국기업 위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를 강화한다면 우리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섬유ㆍ의류 부문도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 섬유산업은 무역적자 폭이 커 그동안 피해를 호소해왔다. 곽우천 뉴욕한인의류협회 이사장은 “제조업 활성화 기대감 때문에 미국 의류 제조업계에는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한국의 섬유ㆍ의류 수출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도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기후변화를 ‘사기(hoax)’라고 표현하는 등 친환경에너지에 대해 공공연히 반감을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에 진출한 한 기업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적용 기간이 2025년까지로 정해져 있어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수출 기업들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위기 속 기회를 맞을 것으로 보이는 산업도 있다.
트럼프가 신재생 에너지 정책을 꾸준히 비판하며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량을 늘리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화석연료의 수요를 촉발시킨다는 측면에서 국내 정유ㆍ화학업계에는 긍정적인 측면이라는 관측이다. 석탄 수요 증가로 가격이 상승하면 국내 석유화학 및 정유 업체는 반사 이익을 얻게된다. 석탄을 원재료로 한 화학 사업 비중이 높은 중국과 달리 한국은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재료로 하는 사업이 많기 때문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한화케미칼 등이 납사분해시설(NCC)을 가동하는 업체들이다.
우리 업체들이 국내 생산설비 의존도가 높아 리스크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화석연료 규제 철폐로 전통에너지 사업을 적극 장려하는 만큼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석유개발 사업(E&P) 부문 본사를 이미 미국으로 이전했다.
트럼프가 미국 공공보건 시스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해외 의약품 수입 개방을 강조해온 만큼 의료ㆍ제약계의 수출 증대도 기대되고 있다. 미 의회는 지난달 식품의약국(FDA) 승인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21세기 의료법’을 가결했다. 미국의 의약품 수입 제한 완화는 신약은 물론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복제약) 시장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격 경쟁력 있는 한국산 복제약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의 한 대미(對美) 수출기업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과 미국 금리 등 각종 거시경제 지표는 물론 각 기업들이 처한 상황과 전략에 따라 같은 업종 안에서도 얼마든지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며 “트럼프가 기본적으로 사업가 출신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전략적 협상과 로비활동을 병행하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두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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