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치료제 등 다국적사 신약 국내 상위사 영업력 활용 판매 매년 매출 1조 넘는 유한양행 25%는 코프로모션서 발생

계약종료시 실적 타격 우려 자체 신약개발 없이는 한계 봉착

국내 제약사 중 매출액이 가장 많은 유한양행의 매출액은 매년 1조원를 돌파하고 있다. 하지만 유한양행의 매출에는 코프로모션을 체결한 길리어드의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와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 등의 매출액까지 포함돼 있다. 이들 제품의 매출액 합계는 2500여억원에 이른다. 유한양행의 1조 매출에서 4분의1에 해당하는 액수가 코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에서 발생하는 셈이다.

제약업계에 하나의 제품을 두 회사가 같은 제품명으로 함께 판매하는 ‘코프로모션’ 마케팅이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제약사들에게 코프로모션 마케팅 전략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이득으로 다가오느냐에 대한 의문도 뒤따른다. 코프로모션 제품이 제약사의 매출 성장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자칫 ‘실속 없는 성장’, 즉 헛배만 불리는 거품일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는 것이다.

▶다국적사 제품력ㆍ국내사 영업력의 콜라보레이션=국내에서 주로 진행되는 코프로모션은 국내 제약사가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제품을 도입해 판매하는 형식이다. 다국적사는 높은 품질의 오리지널 제품을 보유한 반면 국내 영업망에 있어 한계가 있다. 마케팅 인력이 국내사에 비해 많지 않기에 주로 종합병원급을 위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밖에 없다. 반면 국내사들은 전국 곳곳에 지사가 있어 동네에 있는 일반 개원의까지 영업망이 구축돼 있는 것이 보통이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신약이 나오더라도 자체 영업망으로는 전국에 있는 모든 의원급까지 커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때 영업망이 촘촘한 국내사의 힘을 빌어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유한ㆍ녹십자ㆍ종근당ㆍ제일 등 다국적사 제품 도입 판매=국내 제약사 중 가장 활발한 코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업계 1위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이 도입해 판매 중인 ‘비리어드’, ‘트라젠타’, ‘트윈스타’의 지난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각각 1030억원, 730억원, 63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HIV치료제 ‘스트리빌드’와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13’, 고혈압치료제 ‘미카르디스’까지 코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제품들까지 합치면 유한양행이 코프로모션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액은 3400억원에 육박한다.

업계 2위 녹십자 역시 코프로모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녹십자는 한국BMS의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 한국MSD의 대상포진 백신 ‘조스타박스’,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고혈압치료제 ‘아타칸’을 도입해 판매한 매출액이 지난 3분기 누적 2500억원을 넘기고 있다.

종근당은 한국MSD 제품과 인연이 깊다. 종근당은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 ‘자누메트’, 고지혈증치료제 ‘바이토린’, ‘아토젯’ 등 한국MSD 제품을 도입해 20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제일약품은 한국화이자와 ‘단짝’이다. 제일약품은 한국화이자의 고지혈증치료제 ‘리피토’, 통증치료제 ‘리리카’, 골관절염치료제 ‘쎄레브렉스’ 등을 도입해 공동 판매를 진행 중이다. 이들 세 제품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는 발기부전치료제의 대명사인 ‘비아그라’까지 판매에 나서기로 했다.

이 밖에 대웅제약은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고지혈증치료제 ‘크레스토’, 소화성 궤양용제 ‘넥시움’과 한국다이이찌산쿄의 고혈압치료제 ‘세비카’를 도입해 판매하고 있고 보령제약은 일본계 제약사인 한국아스텔라스 제약의 과민성방광염 치료제 ‘베시케어’, 배뇨장애 증상개선제 ‘하루날디’를 지난해 11월에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하고 판매를 진행 중이다.

이런 코프로모션은 국내사의 매출액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사는 자사가 가진 제품만으로는 높은 매출액을 달성하기 어려운데 품질을 인정받은 다국적사의 오리지널 제품들은 매출을 올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유한양행처럼 코프로모션 제품들이 매출액으로 집계되면 제약사의 실적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고 했다.

▶자체 신약 개발 없이는 한계 봉착=하지만 업계에서조차 이런 코프로모션으로 얻는 수익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있다. 코프로모션 계약이 계속 이어진다면 괜찮지만 파트너 중 한 곳이라도 계약을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되면 특히 국내사들의 경우에는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실제 동아ST는 코프로모션을 진행하던 GSK의 ‘세레타이드’, ‘헵세라’, ‘제픽스’와의 계약이 지난해 말 종료됐고 한미약품도 도입해 판매하던 한국노바티스의 ‘가브스’, ‘가브스메트’의 판권을 회수하면서 매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 품목이 국내로 들여올 경우 이를 눈독 들이는 국내사들은 너도 나도 라이센스를 얻기 위한 출혈 경쟁을 펼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사가 판매해 버는 수수료율은 적어질 수 밖에 없고 결국 오리지널 제품을 보유한 다국적사 배만 불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매출액은 높지만 실속은 없는 속빈 강정과 같은 꼴이 될 수 있기에 국내사들은 코프로모션을 진행하기에 앞서 이 파트너십이 자사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 득과 실을 잘 따져봐야 한다”며 “결국 해답은 자체 개발한 신약을 생산하는 것인데 코프로모션을 통해 끌어올린 매출을 신약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순환 구조”라고 했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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