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닭 기피’하며 전단지서도 ‘실종’
-‘더 비싼’ 쇠고기&해산물이 그 자리 차지해
-닭 소비 줄어들자 도계 가격도 10.3% 감소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닭이 사라졌다.”
기자가 어느날 우연히 마주친 동네 슈퍼마켓 전단지에서는 계란 뿐만 아니라, 생닭의 자리도 없었다. 3대 대형마트 할인 전단지에서도 마찬가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닭고기 값이 떨어지며, 소비자들이 닭고기를 기피하자 벌어진 풍경이다.
지난 4일 자정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살처분된 가금류는 3054만마리까지 증가했다. 전체 사육대비 16.7%에 달하는 수치다. 이중 가정에서 직접 조리해먹는 닭인 육계 피해는 220만마리에 그쳤음에도 소비자들의 닭고기 외면 현상은 거듭 심해지고 있다.
6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2월 가금육 판매량은 전년 동월대비 9.7% 감소했다. 계란 소비가 3.3% 감소한 것보다 감소폭이 더욱 컸다. 같은 기간 한우는 7.8% 판매량이 증가했고, 수산물은 2.2% 판매량이 감소했다. 축산ㆍ수산 식품군에서 닭고기에 대한 소비감소가 가장 컸다.
이마트에서도 지난 12월 닭고기 매출이 11.7%, 대체제로 분류되는 수입돼지고기(삼겹살ㆍ목살)는 98% 매출이 상승했다.
이에 이마트(전단 12/28~1/11분)와 롯데마트(전단 1/5~1/11) 전단지에서는 현재 닭고기 상품이 모두 제외됐다. 홈플러스는 4면에서 조그맣게 닭고기를 다뤘다.
그 빈자리는 쇠고기와 해산물이 채웠다. 이마트는 한우와 민물장어, 석화를 전단 1면에 올렸고, 홈플러스는 사골과 한우 제품을 전단지에서 가장 크게 다뤘다. 롯데마트는 전면에 갈치와 수입산 쇠고기를 내세웠다. 항상 닭고기 상품 소개가 들어있던 이전과는 달라진 최근의 전단지 모습이다.
최근 소비자들은 ‘AI 여파때문에 불안해서 닭을 먹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정 식재료로써도, 외식상품으로써도 닭고기 외면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닭고기를 자주 구입하시냐’는 질문에 주부 최미숙(47ㆍ경기도 구리시) 씨는 “고양이까지 AI에 걸린 상황에서 사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그는 “방역당국이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살처분 가금류가 3000만 마리를 넘었다”며 “설사 닭이 AI에 걸렸더라도 잘 익히면 문제가 없다곤 하지만, 조금 꺼려진다”고 했다.
직장인 박세환(30ㆍ서울 서초구) 씨도 “술자리 안주로 ‘치느님’으로 찾던 치킨 대신 탕수육이나 제육볶음을 더 많이 시키게 됐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사이 닭고기 가격은 날이갈수록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5일 닭고기(도계 1kg)가격은 5026원으로 1년전 같은날(5603원)과 비교했을 때 10.3% 감소했다.
AI 여파가 처음 닥쳤을 때는 육계업체들이 물량을 시장에 대거 공급하면서 닭고기 가격이 하락했지만, 1월들어서는 AI여파로 인한 닭고기 수요 감소로 가격이 떨어지는 모양새다.
이에 대형마트 관계자는 “전단지는 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저렴하다고 소개하고 싶은 제품을 담는다”며 “AI 여파 상황에서 업체들이 닭고기를 전단지에 싣는 것은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나름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