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임승천(41)의 잿빛 조각은 어둡다. 그리고 신랄하다. 마음 편히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
성곡미술관이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의 작업을 소개하는 ‘2013 내일의 작가’에 선정된 임승천이 수상기념전을 개막했다.
전시 타이틀은 ‘네 가지 언어 The Omnibus’.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 전시실에는 특유의 상상력과 탄탄한 가설구조를 바탕으로 탄생한 임승천의 역작들이 다채롭게 설치됐다.
이번 전시는 일종의 옴니버스(omnibus) 형식으로 연출됐다. 미술관측은 ‘실종(Missing), 노시보(Nocebo), 고리(Link), 순환(Circle) 등 4개의 키워드로 각 전시실을 구성했다.
이 땅에서 세대와 세대를 이어가며 형성된 각종 사회적 관습과 이데올로기, 한국인의 팍팍한 현실을 관찰자이자 기록자로서 조망한 신랄하면서도 호소력있는 작품들이 출품됐다.
1전시실 초입에는 벗은 몸으로 잔뜩 웅크리고 있는 나비 소녀, ‘버터플라이’가 설치됐다. 소녀의 비쩍 마른 등에는 처참하게 갈라진 흉터가 길게 나있다. 마치 변태(變態)한 나비의 빈 껍데기처럼 공허하고 쾡한 소녀의 모습은 누군가에게 생명의 기운을 모두 빨려버린 듯 슬프고 처연하다.
2전시실(Nocebo)에서는 노시보 효과를 모티프로 제작한 ‘언어의 숲’이라는 이중 잔혹극이 펼쳐지고 있다.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의 거인이 구석에 앉아 저 멀리 나체의 여인을 바라보고 있다. 사랑하는 남자를 사로잡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여성을 이중적 상황을 통해 표현한 작업이다. 여성의 거짓된 유혹으로 저주를 받은 남성은 몸이 계속 커지고, 돌처럼 딱딱해지게 된다.
3전시실(Link)에서는 몸은 하나이지만 얼굴은 네개로 세팅된 군중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희로애락의 마스크를 번갈아 써가며, 각각의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하는 도시인의 서글픈 현실을 은유한 설치작업이다.
마지막 4전시실(Circle)의 ‘순환’이란 작품은 사회의 실상을 잔상(殘像)의 원리를 이용해 형상화하려는 임승천의 실험을 만날 수 있다. 마치 서커스 공연을 보는듯 축제형식으로 연출한 작품은 현대사회의 획일적 종속구조를 아날로그적 판타지로 비판하고 있다. 전시는 7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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