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6000억원 규모의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으로 금융권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보험사, 저축은행, 캐피탈, 지방은행 등 여러 제2금융기관들이 연루된데다 손실 규모 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으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농축산물 등 동산담보의 가치평가와 담보물 관리 시스템 등 동산담보대출에 대한 제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사들이 금리 수익만 쫒다가 발생한 예고된 인재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6000억원이 넘는 육류담보대출 사기 피해가 발생해 금융감독원이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관련된 금융기관은 동양생명, 화인파트너스, HK저축은행, 효성캐피탈, 한화저축은행, 신한캐피탈, 포스코대우, 한국캐피탈, CJ프레시안, 조은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세람저축은행, 전북은행 등이다.

이 가운데 동양생명의 대출 금액이 가장 크다.

동양 측은 2일 공시를 통해 지난 2016년 12월말 기준 육류담보대출 금액이 3803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연체금액이 2837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연체액 가운데 1개월 미만 연체는 75억원, 1개월 이상~3개월 미만 2543억원, 3개월 이상~4개월 미만은 219억원이다.

나머지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도 대출 규모가 파악된 것만 최소 22억에서 최대 67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육류담보대출은 육류를 담보로 하는 동산담보대출로, 금융기관은 육류 수입국ㆍ브랜드 등을 심사해 육류를 수입ㆍ유통하는 중소기업 등에 대출을 해준다.

이번 사건은 동양생명이 한 육류 유통회사의 대출금 연체액이 급속히 불어나자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한개의 담보물에 여러 금융사가 대출해준 것을 확인한 후 금감원에 자진 신고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육류담보대출의 경우 보세창고의 보관증 등을 확인하고 담보로 판단하는 것인데 유통업자와 창고주가 모의해 여기저기서 대출을 받아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따로 등기를 한 것이 아니라 수입 및 반출 등 보관증을 근거로 담보를 해주면서 유통업자들이 여러 금융사에서 중복 대출을 받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에서는 창고주와 유통업자가 짜고 중복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만연하고 있어 터질 게 터졌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금융사들이 틈새 수익을 노리고 덤벼들면서 피해를 양산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예고된 인재라는 얘기다.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금리는 8%대 중반으로 알려진다. 관련된 다른 금융기관도 8%대의 금리로 대출을 발생했다.

피해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원담보물의 가치에 대한 기준도 불명확하다. 원담보물 가치를 얼마로 보고 300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줬는지가 관건”이라면서 “담보가 확실한 아파트담보대출이 70%까지 대출이 가능한데 육류 담보 기준을 50%로 친다고 하면 어마어마한 양의 육류가 이번 사기 사건에 연루된 것인지 중복 담보 규모가 큰 것인지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중복 대출이 확인된다고 해도 선순위자만 구제 대상이여서 나머지 2, 3순위 금융기관의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의 허술한 감독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2013년 이후 제2금융권에 동산담보대출 취급 활성화를 독려했지만 채무자가 담보물을 임의 처분해도 채권자가 이를 알지 못해 부실 위험 문제가 제기되면서 저축은행 등에서 표준화 작업이 무산됐다”면서 “이같은 제도적 허점은 일찍부터 문제시 됐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7일부터 동양생명 등 관련 금융기관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관련 금융기관은 채권단을 꾸리고 대응책 마련과 함께 전수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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