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ㆍ이지웅 기자]도대체 끝이 없다. 세월호 참사 42일째가 지났지만 크고 작은 재난사고는 ‘도미노’처럼 일어나고 있다.

26일엔 고양터미널 화재사건으로 7명이 숨졌다. 방화셔터가 한 대도 작동을 안했다니, 인재(人災) 확률이 농후하다. 앞서 지하철 4호선 금정역 폭발,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의 전동차 추돌 등 아찔한 사고 역시 인재 냄새가 다분하다.

시민들은 불안하다. 세월호 침몰로 큰 교훈을 얻었을 법 했지만, 40여일지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안전은 같이 침몰 중이다.

이런 가운데 6ㆍ4 지방선거의 화두는 ‘안전’쪽으로 본격 점화됐다. 아무래도 표심(票心)이 동할 것이 아니냐는 이해와 함께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안전한 나라’의 리더로 각인되고픈 전략이 담겨 있다.

서울시장 후보자 TV토론이 대표적이다. 정몽준 후보와 박원순 후보는 26일 안방시청자들을 향해 ‘안전 적임자’임을 자처했다.

정 후보는 “시장 직속으로 재난재해를 총괄하는 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식품안전, 재난안전에 24시간 대응하겠다”고 했고, 박 후보는 “지하철 노후차량을 그때그때 교체하며, 골든타임 목표제로 단 한명의 시민도 시간이 없어 죽는 상황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본인들이야 진정성이 있겠지만, 그 결과물을 곧이곧대로 믿는 시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정치 불신, 후보 면면에 대한 불신이라기 보다는 세월호 침몰로 야기된 ‘끝없는 실망감’이 작용한 탓이다.

물론 일부 시민의 생각은 다르다. 이번 지방선거에 ‘안전제일’이 핫이슈로 촉발된 만큼, 정치권이 획기적인 안전망에 신경써주길 기대하는 것이다.

길은 녹록치 않다. 정치인이나 사회 일부 리더층이 안전을 외치더라도, 사회적 총합을 안전 에너지로 이끌어내지 않는 한 ‘안전 코리아’의 토대를 굳건히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적 술사로 여기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안전 화두의 진심과 실행력을 전달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지방선거를 비롯한 선거판은 ‘화두’의 역사다. 4년전인 2010년 지방선거 핫이슈는 ‘반값 등록금’과 ‘청년실업’이었다. 후보들은 젊은이들의 아픔을 거둬주겠다며 ‘젊음의 거리’를 누볐다.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는 유세 첫날부터 건대입구역 광장과 대학로, 신촌 등에서 젊은층과 접촉했고, 한명숙 민주당 후보 역시 대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신촌 지역을 찾아 집중유세를 펼쳤다. 일부 열광한 젊은이들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4년 후인 지금 등록금 문제와 청년실업 문제에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졌다고 믿는 이들은 거의 없다. 4년전의 공약은 공약(空約)으로 허공에 붕뜬 채 해체된 것이다. 화두는 시대적으로 변하는 게 당연하지만, 4년전의 이슈에 진전이 없다는 것은 당시 공수표를 날렸다는 방증과 다름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의 반면교사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안전이 선거판에 중심으로 자리잡은 것은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서해훼리호 침몰때도, 성수대교 붕괴때도 안전, 안전을 외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은 이번만큼은 ‘안전 강국’의 길을 다지는 선거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사는 게 너무 불안하니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게만 해달라는 절박한 소망이다.

박경연(이촌동 주부) 씨는 “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의 심각한 안전불감증이 또 드러났고 나라에서는 재발방지를 하겠다고 했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담화를 통해 개선을 약속했는데 계속 사고가 터져 너무 무섭다”고 했다. 김영석(옥수동ㆍ자영업) 씨는 “그래도 믿어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안전 공약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ys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