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회째인 아트바젤 홍콩 고속성장…수준급 작품에 한국고객들까지 몰려가
경쟁력 떨어진 국내마켓 수년째 찬바람…지역영세시장 전락 우려…해법 찾아야
지난 18일 홍콩컨벤션센터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 최대의 아트페어(미술장터) ‘아트바젤 홍콩’은 한국 미술계에도 많은 것을 남겼다. 올해로 불과 2회째인 ‘아트바젤 홍콩’이 예상을 크게 웃도는 성과를 내며 고속성장하자 대선배(?)격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는 갈길이 바빠졌다. 혁신을 하지 않고선 아시아 마켓은 물론, 한국 고객까지 몽땅 내줄판이 된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컬렉터와 애호가들은 그룹을 지어 홍콩을 찾았고, 하나투어 등은 특별상품까지 출시했다. 이 기간 중 한국화랑가는 ‘개점휴업’상태였다. 갤러리스트까지 떼로 몰려와 ‘명품페어의 현장’을 누볐기 때문이다. 많은 관계자들이 “올해로 13회째에 접어든 KIAF는 계속 하향세인데, 아트바젤 홍콩의 선전으로 더욱 쪼그라들 것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 ‘아트바젤’이라는 명품 브랜드의 힘= ‘아트바젤 홍콩’의 모태는 지난 2008년 출범한 ‘아트 홍콩(ART HK)’이다. 이 아트페어를 스위스의 ‘아트바젤’ 운영사인 MCH그룹이 인수해, 지난해 ‘아트바젤 홍콩’으로 재탄생시켰다.
지난 44년간 정밀한 스위스시계처럼 스위스의 작은 도시 바젤(Basel)에 ‘아트바젤(6월, 거래액 약2조원)’을 운영하며 전세계 억만장자들을 자가용제트기를 타고 몰려들게 한 이 회사는 ‘아트바젤 마이애미’(12월,1조원)에 이어 ‘떠오르는 아시아 마켓’을 잡기위해 홍콩에 또아리를 튼 것. 올들어 39개국에서 245개 갤러리가 참여한 ‘아트바젤 홍콩’은 화랑및 작품 수준, 고객 수준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명품 브랜드의 파워를 재삼 입증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는 아트바젤의 약진을 앞다퉈 보도하며 “세계 프리미엄급 갤러리들이 대표작을 쏟아내자 중국 및 아시아 슈퍼리치는 물론, 전세계에서 고객들이 운집해 구매열기가 뜨거웠다”고 전했다. 중국계 부동산재벌 헨리 쳉 뉴월드그룹 회장, 스위스 부호이자 컬렉터 울리시그, 세계 10대 컬렉터인 인도네시아 닭고기재벌 부디 텍(중국명 위더야오) 등이 VIP프리뷰에 모습을 드러냈다.
더구나 아트페어에 때맞춰 홍콩 화랑가에선 ‘자코메티 특별전’(가고시안), ‘오토니엘 조각전’(페로탱) 등 메가톤급 전시가 열렸고, 부디 텍회장의 상하이 유즈(Yuz)미술관 개관이 이어져 아트열기가 뜨거웠다. 이들 행사의 초청장을 받아든 서구의 슈퍼리치까지 홍콩으로 몰려든 것.
아트페어에 참가했던 유명화랑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레먼 머핀 갤러리는 “아시아에선 아직 덜 알려진 헤르난 바스(36)의 대작 회화(35만달러)가 베이징 부동산거물에 팔려나가는 등 거의 모든 작품을 팔았다”고 했다. 런던의 화이트큐브도 데미안 허스트의 신작, 일명 면도날회화를 중국 컬렉터에게 130만달러에 팔았다. 크리스찬 머클레이, 트레이시 에민 등 수백만달러대의 미국및 영국 작가 작품도 경합끝에 팔려나갔다. 10곳이 참가한 한국화랑들도 성적표가 좋았다.
뉴욕타임스는 “세계은행은 때마침 ‘중국경제의 구매력이 올 연말까지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예술품 시장도 심상치않다. 그 중심에 홍콩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트바젤 홍콩의 잠재력은 분명하다. 최근 유럽미술재단(TEFAF)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큰손’투자자들이 2015년이면 15조9000억달러의 자산을 보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미주및 유럽 큰손을 넘어서는 액수”라고 보도했다.
▶발등에 불 떨어진 한국국제아트페어,개혁 서둘러야=지난 2002년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를 목표로 출범했던 KIAF는 한동안 아시아 아트페어 중 최강자임을 자임해왔다. ART HK는 2006~7년 출범을 준비하며 KIAF를 벤치마킹했다. 그러나 이제 ‘아트바젤’ 브랜드가 붙으며 전세는 역전됐다.
국내외에서 200여개(국내 140개) 갤러리가 참여할 KIAF2014(9월25~29일)의 리스트에는 ‘세계 10대 화랑’은 아쉽게도 하나도 없다. 대신 동남아시아가 주빈국으로 선정돼 필리핀 미얀마 캄보디아 화랑이 참석한다. ‘강자들의 잔치’인 홍콩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톱10 화랑을 서울로 불러오려면 슈퍼 컬렉터들이 포진해 있어야 하나 국내 마켓은 수년째 찬바람만 감돌고 있다.
KIAF측은 해법을 찾기 위해 운영위원 및 스텝을 홍콩에 급파하고, 워크숍과 토론회를 개최했다. KIAF운영위원인 유진상 계원예술대 교수는 “아트바젤 홍콩과 KIAF는 격차가 자꾸 벌어지고 있다. 이러다간 한국 아트마켓은 지역의 영세시장으로 전락할 듯하다”고 전망했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강남대 경제학과 교수)은 “19세기말 서구열강이 정치, 군사적으로, 20세기후반 경제자본이 아시아를 점령한데 이어 이제 문화자본이 예술시장까지 점령하려 한다. 그들은 고객이 원하는 걸 정확히 간파해 세심하고 세련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무엇보다 작품 수준이 높다”며 “그에 비해 KIAF는 전문성, 작품 질, 운영노하우에서 한참 뒤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시아의 토종문화자본이 노련한 서구자본에 맞서기 위해선 단일국가로는 어렵다. 한중일 아트페어가 연대해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조(?) 글로벌 아트페어인 KIAF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선 일대 수술이 시급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