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영국 정부가 필수 교과과정에서 미국의 고전소설을 빼고 영국 소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최대 시험기관 중 하나인 OCR가 이번주 발표할 대입자격시험(GCSE)의 영문학 필수요목에서 지금까지 필수로 읽혔던 미국 소설들을 대거 탈락시킬 계획이다.
필수요강에서 제외되는 주요 미국 소설로는 1960년 퓰리처상을 받은 하퍼 리의 작품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인간’(Of Mice and Men), 아서 밀러의 ‘시련’(The Crucible) 등이다.
다른 시험기관인 에덱셀(Edexcel)도 뒤따라 주요 미국 소설들을 영문학 교수요목에서 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영국 교육부가 개정한 영문학 필수요강에 따른 것이다.
당시 영국 교육부는 “학생들은 높은 수준의, 지적으로 자극되는 책을 읽어야 한다”면서 시험기관들이 따라야 하는 필수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시험기관들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최소 한 작품 ▷19세기 영국 소설 최소 한 작품 ▷1789년 이후 창작된 영국시 명작선(대표적 낭만시 포함) ▷1914년 이후 나온 영국제도의 소설이나 연극 작품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시험기관들은 필요성이 인정되면 그밖에 다른 작품을 필수요목에 넣을 수 있으나, 비(非) 영국 작가가 쓴 20세기 작품에 대해선 선택폭이 제한된다.
이는 평소 ‘학생들에게 미국 소설 대신 영국 고전을 읽혀야 한다’고 강조했던 마이클 고브 영국 교육부 장관의 뜻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지난해 한 컨퍼런스에서 “11세 이상 학생들은 연간 50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스테파니 메이어의 뱀파이어 소설 시리즈 ‘트와일라잇’보다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읽는 모습이 더 보기 좋다”고 강조한 바 있다.
폴 도드 OCR 대표도 선데이타임스에 “‘생쥐와 인간’은 과거 GCSE 영문학 과목 시험을 봤던 10대 학생들의 90%가 공부했던 작품”이라면서 “이 작품을 정말 싫어하는 고브 장관은 이 같은 수치에 깊은 실망을 표시한 바 있다”고 전해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이번에 시험기관들이 필수요목에서 찰스 디킨스와 제인 오스틴 등 영국 작가들의 작품을 우선시하면서 주요 미국 문학 작품들이 탈락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에 대한 비판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베선 마셜 킹스칼리지 런던대 영문학 선임교수는 “16살에 디킨스의 작품을 읽으라고 하는 건 따분하게 생각할 수 있다”면서 “1940년대에 나올 법한 필수요강”이라고 비판했다.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영국 BBC 방송의 드라마 ‘셜록’ 공동 제작자인 마크 개티스도 자신의 트위터에 “언제부터 마이클 고브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명령할 권한을 갖게 됐느냐”면서 “그는 위험할 정도로 교양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