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 야권이 무거운 시험대에 올랐다. 촛불민심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결하면서 국정 주도권을 움켜쥔 야권은 이제 국정 안정화에도 책임을 나눠지게 됐다. 촛불민심과 국정안정이라는, 양립하기 힘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할 야권이다. ‘경제 콘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 임명 문제를 두고도 쉽사리 결론 내지 못한 것도 이 같은 무게감을 엿보게 하는 한 사례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유일호 현 경제부총리 유임과 임종룡 내정자의 교체 등을 두고 논의에 들어갔지만,격론 끝에 결정 짓지 못했다. 민주당은 결론을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국민의당은 민주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경제부총리 임명이 사실상 민주당 지도부 손에 달린 셈이다.

[사진=안훈 기자 / 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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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결정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유일호 체제나 임종룡 체제 모두 장단이 있어 민주당으로서도 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임종룡 체제를 인정하려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 내정자를 부총리로 임명하고 후임 금융위원장까지 인선해야 한다. 황 권한대행 체제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라는 민심과 어긋난다.

그렇다고 유일호 체제를 유지한다면, 유 경제부총리 역시 박근혜 정부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이날 민주당 의총에서도 이 같은 격론이 벌어져 쉽사리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아예 새로운 경제부총리를 선임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언제 차기 대선이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후보 논의부터 시작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결국, 어떤 선택이든 ‘차악(次惡)’을 골라야 하는 야권으로선 난감한 노릇이다. 특히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사실상 정국 주도권을 쥔 야권으로선 선택에 따른 책임도 일정부분 져야 한다. 유일호 체제이든 임종룡 체제이든 그에 따른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사진=안훈 기자 / 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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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 뿐 아니다. 야권의 요구대로 황 권한대행의 영향력을 최소화한다면, 차기 정부 수립 전까지 국정 운영의 권한과 책임도 야권이 져야 하는 구조다. 권한뿐 아니라 책임까지 져야 한다. 개헌 논의나 경제 위기 극복 방안, 사드 배치 재검토, 국정교과서 문제, 주요 민생 현안마다 사실상 ‘야권의 입’을 바라봐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이들 현안도 정부ㆍ여당이 붕괴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경제부총리 논란’과 유사하게 야권의 입장에 따라 좌우될 공산이 크다.

안으론 공정한 대선 후보 경선 절차에 착수하면서 밖으론 수권정당으로서 역량을 발휘해야 할 안팎의 난관이다. 경제부총리 인선 문제는 이를 시험할 첫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