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점(singularity)’이 온다. 최근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한 세미나에서 언급한 말로, 기존의 문명 기준을 넘어서는 가상지점을 뜻하는 미래학 용어이다. 특이점은 인류의 생활을 새로이 바꾸는 무수한 파괴적 혁신 기술이 등장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작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새로운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특이점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규제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게 하는 규제의 질적 개혁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규제 환경은 지금까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사실 우리나라의 규제 관련 법제는 ‘원칙적 금지ㆍ예외적 허용’ 방식, 달리말해, 원칙적으로 법령에 없는 내용은 금지한 상태에서,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 받으려면 해당 내용을 법령에 나열하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법제 하에서는 법령에서 규제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지 않은 사안은 일단 금지된 것으로 본다.
문제는 이와 같은 시스템이 새로운 혁신 기술 분야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규제 환경에서는 명백한 허용규정이 없는 경우, 신기술·신서비스 등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는 일단 금지된다.
정부가 관련 법 규정을 무시한 채 연구자들의 연구를 허용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혁신 기술 분야의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저해하는 현재의 법ㆍ제도적 환경을 이대로 두었다가는, 제대로 된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4차 산업혁명의 특이점을 놓치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위해서는 “원칙적 금지ㆍ예외적 허용” 방식에서 “원칙적 허용ㆍ예외적 금지” 방식으로의 질적 규제개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바로 규제프리존 특별법이다. 규제프리존 제도는 정부가 규제특례의 적용을 받는 규제프리존을 지정하고, 지정된 규제프리존을 관할하는 시ㆍ도지사가 지자체 내 기업의 수요를 반영하여 규제특례의 내용을 정한 다음, 그 내용을 해당 지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에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또한 전국 단위로 도입하기 어려운 신산업맞춤형 규제혁신 3종 세트인 그레이존해소제도(규제확인제도)·기업실증특례제도·신기술기반사업제도를 일부 시·도 단위에 우선 적용하여 시험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신산업이 기존 법률에 따른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게 하려면 해당 신산업을 규율하는 법률을 개정하거나 그와 관련된 새로운 개별 법률을 입법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연구자들이 곧 법 개정이 될 것이라는 말만 믿고 허송세월을 하였던가.
4차 산업혁명에서 빠르게 발전하는 신기술ㆍ신서비스의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입법을 통해 규제프리존을 마련하고, 이를 올바르게 운영하여 규제 체계를 질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특이점은 바로 규제프리존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