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4000억원 증액됐다. 당초 정부는 내년 SOC 예산을 올해 대비 8.2% 감액했다. 그러나 국회가 일부 증액해 결과적으로 올해 본예산 삭감폭(-6.6%)을 줄였다.

SOC예산의 부활은 ‘최순실표 예산’이 4000여억원 정도 삭감되자 지자체와 지역구 의원들이 삭감된 예산을 놓고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기껏 줄인 최순실 예산이 의원들의 ‘쪽지 예산’으로 선심성 지역 민원 SOC로 흘러들어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5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분야뱔 예산이 전반적으로 삭감되면서 전체 예산안 규모(지출 기준)는 정부안 대비 2000억원 줄어든 400조5000억원으로 책정됐다. 반면, SOC예산은 22조1000억이 통과돼 정부안보다 4000억원이 늘었다.

최순실표 예산이 최소 1748억원(예산결산특별위원회추산)에서 최대 4000억원 삭감된 가운데 이 예산의 대부분이 국회 실세 의원의 쪽지예산으로 충당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새누리당 이정현(순천) 대표의 지역에는 순천 유소년·청소년 다목적 수영장 건립 비용(15억원)과 순천대 체육관 리모델링 예산(6억2600만원) 등이 새로 편성됐다. 순천에 들어서는 호남권 직업체험센터는 ‘이정현 예산’으로 분류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7억원이 삭감됐지만 예결위 심사에서 정부 원안(60억원)대로 되살아났다. 새누리당 정진석(공주-부여-청양) 원내대표의 지역을 관통하는 보령~부여 간 국도 40호선의 사업비는 원안보다 40억원이 늘었고,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경산) 의원의 지역구를 지나는 대구선 복선전철 사업비도 원안(590억원)보다 110억원이 늘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 지역구인 경북 안동의 성선현문화단지 조성예산 27억원을 막판에 끼워넣었다. 안동대 시설예산 5억원과 도촌지구 용수개발예산 14억도 증액됐다.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에선 공단재생 예산 80억원도 막판에 증액됐다.

민주당 추미애(서울 광진을) 대표의 지역에는 광진경찰서 신축비로 7억원이 새로 편성됐고, 김부겸(대구 수성갑) 의원의 지역에도 남천·매호천 정비사업(각각 20억원, 14억원) 등의 예산이 새로 반영했다. 국민의당 박지원(목포) 비대위원장의 지역엔 전남해양수산과학원 목포지원 청사 신축비(10억원) 등이 새로 편성됐다.

반면, 최순실표로 삭감된 예산은 주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업에 집중됐다. 우선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예산은 애초 정부 안인 1278억원에서 779억원이 감액됐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 분야 역점사업으로, 이번 파문의 핵심 인물인 차은택씨가 단장으로 있었던 문화창조융합본부가 기획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위풍당당 콘텐츠 코리아펀드 출자’ 예산도 270억원, ‘재외 한국문화원 운영’ 예산은 115억원 각각 삭감됐다. 또 ‘콘텐츠코리아랩 운영’ 예산도 168억원 줄었고, ‘가상현실콘텐츠육성’ 예산은 81억원 감액되는 등 상임위 차원에서 지적된 부분이 거의 반영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사업 중에서는 국제농업협력(아프리카 영양 강화 곡물가공식품 제조기술 지원) 예산이 정부안 193억원에서 20억원 깎였다. 야당은 이 사업이 미르재단이 깊이 관여해온 케이밀(K-meal) 후속 사업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외교부의 라오스·캄보디아 코리아에이드 사업 예산도 각 14억원씩 감액됐다. 이 사업 역시 ‘최순실 예산’으로 지목돼 온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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