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인식이 불가능할 경우 현금인출 제한 지난해 4분기까지 도입 추진 후 전면 백지화
생체 인증 신기술 발달 등 실효성 부족 판단
금융사기 피해액의 현금화에 적잖은 억제 효과 무산에 아쉬움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금융감독원이 자동화기기의 불법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도입키로 했던 모자나 복면 착용시 현금인출 제한 방안이 전면 백지화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금융사기 범죄자들이 현금인출기로 돈을 빼갈 때에는 모자를 눌러쓰거나, 마스크를 쓰는 등 얼굴을 가리는 경우가 빈번한 점을 감안할 때 사업의 중단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4분기까지 도입키로 했던 모자나 복면, 선글라스를 쓴 상태에서의 현금 인출 제한 방안이 전면 백지화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8월 현금의 ‘인출’ 단계에서 CDㆍATM 고객 인출시 선글라스, 마스크, 안대, 눌러쓴 모자 착용 등으로 안면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의 위장행위의 경우 거래를 차단하기로 발표하고 이를 지난해 4분기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키로 발표한 바 있다.
범죄자들이 자동화기기 등 현금인출기로 돈을 빼갈 때에는 모자를 눌러쓰거나, 마스크를 쓰는 등 얼굴을 가려 CCTV로도 범인을 잡기도 힘들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당시 금감원은 금융사기 5단계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30분 지연 인출제도’ 적용 기준을 300만원 이상에서 100만원 이상으로 대폭 낮추는 방안과, 얼굴을 선글라스 등으로 가리면 자동화기기(CD/ATM)에서 현금 인출을 제한하는 내용을 주요 핵심 추진방안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30분 지연 인출제도’는 시행이 이뤄졌지만, 안면 인식이 불가능할 경우의 현금 인출 제한은 추진이 무산된 것.
금감원은 이에 대해 당시 추진 방안을 발표한 뒤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해 사업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했지만, 실효성과 생체인식 등 기술의 진보 등의 이유로 도입 방안을 전면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각 은행들의 자동화기기 시스템 개선에 따른 적잖은 비용 부담 또한 도입이 무산된 배경으로 파악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범죄자들이 복면이나 모자 등을 쓰는 비율이 약 15% 정도로 높지 않았다”라며 “게다가 은행권 자동화기기에 개선된 시스템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편의점 등에 있는 비은행권 자동화기기로 범죄자들이 옮겨가는 풍선효과까지 우려돼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문과 홍채인식 등 본인확인을 위한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도입 보다는 중단이 더 나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금인출 카드의 위변조와 강ㆍ절도 등을 통해 현금 인출을 시도하는 범죄자들의 경우 여전히 모자나 마스크 등을 통해 얼굴을 가리는 경우가 빈번한 만큼 이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사기 피해는 크게 줄어들고 있지만, 보이스피싱 등을 범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실정.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 3분기까지 보이스피싱 피해건수가 3만1263건, 피해액은 1241억원에 달한다. 범죄자들 대부분은 대포통장 등에 입금된 범죄 피해액을 자동화기기를 통해 인출해 가는 만큼 안면인식 불가시 현금 인출 제한은 범죄자들이 범죄 피해액을 실제 현금화하는 데 적잖은 억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직장인 이모씨는 “선량한 일반 고객 입장에서는 사실 크게 불편이 가중되는 사안이 아니고, 혹시나 모를 피해를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었는데 추진이 무산됐다 하니 아쉽다”라며 “더구나 최근에는 각 은행들이 비용 등의 이유로 자동화기기를 줄이고 수수료 또한 올리고 있는데 범죄 예방을 위한 시스템의 도입에는 정작 소극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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