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와 ‘오늘의 유머’(오유)는 대한민국 보수와 진보 논쟁의 최전선이다.

전 국민의 가슴을 내려앉게 한 세월호 침몰 사건을 두고도 일베와 오유의 표정은 엇갈렸다.

시장조사기업 랭키닷컴이 지난 4월 한달 간 인터넷공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일베 방문자는 급락하고, 오유 방문자는 3배 가량 급증했다.

평소에는 일베 방문자가 오유보다 약 2배 많지만, 세월호 사건 이후 오유 방문객들이 세월호 사고 현장 소식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유하면서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했다. 반면 일베는 기존 평균인 130만명대에서 60만명대로 추락했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 더 과격해진다.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아들의 실언을 사과하는 눈물을 쏟자 진보성향의 커뮤니티에서는 ‘몽즙’, ‘몽전자전’ 등 조롱 섞인 비난이 난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도중 흘린 눈물에 대해서도 욕설을 퍼부었다.

보수 성향의 일베 사이트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131건에 달하는 심의 제재 조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의한 134건의 게시글 중 ‘희생자 및 가족에 대한 과도한 욕설’로 삭제된 글이 83건, ‘특정 지역에 대한 차별 및 비하’로 문제된 글이 48건이었다.

오유와 다음 아고라처럼 진보성향을 띤 온라인 커뮤니티들이 촛불집회 등 오프라인 모임을 조직해나간 반면, 일베는 조직화에 한계를 보였다. 일베 운영자는 “닉네임과 친목을 금지하는 엄격한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개인이 유명세를 타고 회원간 친목이 빈번해지면 개인이 아닌 세력의 주장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베는 오프라인 모임을 위해 메일 주소를 언급하고 동조하는 회원에게 이용정지 벌칙을 내리고 있다.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일베 회원들은 그들이 사용하는 강력한 언어 때문에 기세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익명성을 고수하고 있어 전체 여론을 주도할 만큼의 응집력은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 1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다음 아고라 회원들이 깃발을 들고 참석했다. 다음 아고라는 세월호 방지 특별법 서명운동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비슷한 정치사회적 정체성을 가진 네티즌들이 ‘끼리끼리’ 온라인 공간을 공유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자신의 의견, 또는 비슷한 타인의 의견이 호응을 얻으면서 자칫 사고의 균형을 잃고 만다. 반말과 욕설이 반복되면서 점차 게시글도 폭력성을 띠게 된다. 웬만해선 운영진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네티즌들이 서로 자기주장만 반복하다보면 합의와 화해의 길은 더욱 요원해진다. 나은영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결과적으로 개인 이기주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 아고라를 폐쇄하자는 서명운동이 일거나, 일베를 유해 사이트로 지정해야한다는 주장이 비일비재한 것도 온라인상의 보수 진보 간 배타적 태도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극단으로 치닫는 사이버 광장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서로 간의 이해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대 정근식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이른바 ‘일베 현상’을 분석하고 “일베 이용자들은 특유의 정의감과 뿌리 깊은 지역주의, 전도된 공감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들을 ‘루저들의 집합’이나 ‘정신병자들’로 비하하는 것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