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가면 다른 도시엔 없는 독특한 신호등을 볼 수 있다. 땅딸막한 남자가 그려진 신호등 ‘암펠만헨’(Ampelmannchen)이 그 주인공이다.
신호등과 남성을 의미하는 단어 ‘암펠’과 ‘만’에 작다는 뜻을 가진 파생어 ‘헨’이 붙은 이 신호등은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동베를린에 첫 등장해 지금까지도 베를린을 대표하는 명물로 자리 잡았다. 베를린 곳곳에선 이를 캐릭터화한 인형과 의류뿐 아니라 암펠만헨 모양의 파스타까지 팔고 있다.
그런데 이 신호등이 최근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신호등 속 캐릭터에 여성을 배제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최근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베를린의 일부 시의원들은 “신호등에 여성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암펠만뿐 아니라 여성이 그려진 신호등 ‘암펠프라우’(Ampelfrau)도 함께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발의안을 12일 베를린 시의회에 제출했다. 22일 의회에서 논의된 뒤 교통위원회에 넘겨져 검토될 예정이다.
독일 사회민주당(SPD) 베를린 지부를 이끌고 있는 마르티나 마티스초크-예질치멘은 블룸버그에 “우리 수도의 길거리에 더 많은 여성이 나타나야 한다”면서 “베를린은 암펠프라우를 볼 자격이 있는 다양성이 풍부한 도시”라고 역설했다.
독일에서 ‘프라우’(여성)가 나오는 신호등 암펠프라우를 아예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드레스덴과 츠비카우 등의 도시엔 땋은 머리에 무릎 길이의 치마를 입은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 신호등이 있다.
그러나 베를린 SPD 의원들은 이들 도시에 있는 암펠프라우가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갖혀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마티스초크-예질치멘은 타게슈피겔지에 “머리를 따고 펄럭이는 치마를 입은 여자는 원치 않는다”면서 “암펠프라우는 현대적이고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