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최근 사용이 크게 늘고 있는 전자담배를 두고 안전성과 유해성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으나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정부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자칫 가습기살균제에 이어 ‘제2의 옥시사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은 21일 “현재 시중에서 판매중인 전자담배의 카트리지에 들어가는 니코틴 원액이 ‘생명을 앗아갈 정도’의 유해물질이지만 아무런 제재 없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며 “잘못 취급할 경우 오히려 흡연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자담배, 전자담배 액상 [사진=헤럴드경제DB] 
전자담배, 전자담배 액상 [사진=헤럴드경제DB] 

실제로 성인남성의 전자담배 사용률이 2014년 4.4%에서 2015년 7.1%, 성인여성은 0.4%에서 1.2%로 급증 추세인 가운데 최근 니코틴 원액을 이용한 살인범죄가 발생하는 등 전자담배의 니코틴 원액에 대한 관리가 시급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니코틴 원액은 성인기준 약 60㎎을 한 번에 흡입할 경우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정도로 유독한 물질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상으로 니코틴 액상은 ‘기호약품’으로 분류돼 전자담배 판매점은 물론 인터넷 해외직구로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또 판매사업자별로 니코틴 카트리지 한 개당 용량이 제각각이고, 액상 실제 함량과 표시가 다른 제품들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공주대 신호상 교수의 전자담배 실태조사에 따르면 니코틴 액상의 경우 니코틴 농도표시가 부정확한 경우가 21개 제품 중 13개로 62%를 넘어섰다. 이와함께 니코틴 액상에서 궐련에서 검출되는 발암물질인 담배특이니트로스아민, 벤젠 등이 검출됐다.

전자담배 액상은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이미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규제 무풍지대다. 니코틴 농도 표시와 가향제 관리기준 미비 등 안전성 확보도 크게 미흡하다. 특히, 과세 회피 차원에서 니코틴 액상과 가향제가 분리판매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니코틴 용액의 부피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현행 전자담배 제세부담금 체계에서 니코틴 원액과 향료를 분리해 판매할 경우 이를 혼합한 니코틴 액상보다 10분의 1수준으로 세부담을 낮출 수 있다. 현행 과세체계가 전자담배 업계나 소비자들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분리형 액상을 이용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전자담배에 제세부담금을 니코틴 액상에 대한 용량이 아닌 니코틴 원액을 기준으로 과세를 하는 등의 제세부담금 체계를 시급히 개편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청소년의 접근이 쉬운 전자상거래를 통해 니코틴 액상이 불법유통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지도·단속이 필요하다.

전자담배 액상 [사진=헤럴드경제DB] 
전자담배 액상 [사진=헤럴드경제DB]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부터 ▷전자담배에도 궐련담배와 동일한 수준의 경고그림과 광고 및 판촉규제 적용 ▷액상과 가향제 분리 판매에 따른 안전사고 방지 ▷제세부담금 체계 개편 등 전자담배 관리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관계부처 협의 등이 난항을 겪으면서 2년째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니코틴이 들어 있는 카트리지에 대해 담배로 분류해 관리하는 것이 전부다.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는 “정부는 전자담배의 유해물질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현행 니코틴 액상만 따로 판매하는 것에 대해 직접적 제재를 가하는 동시에 악용 여부와 중독 사고를 차단하기 위해 원액 희석률을 일원화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신속히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dew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