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구시 공무원 2명이 지난달 업무 협의를 위해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세종시)를 방문했다. 이들은 세종청사 안 매점에서 산 음료수 1박스를 사무실에 두고 나왔다. 가격은 대충 1만800원 정도였다. 그런데 이를 확인한 중앙행정심판위 담당자는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했고, 조사를 한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으로 대구지방법원에 과태료 부과를 의뢰했다. 해당 공무원들은 “행정심판 담당자의 바쁜 업무 시간을 뺏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동안 통상적인 관례에 따라 조그만 성의 표시로 음료수를 두고 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청탁금지법 위반이 확인되면, 이들은 징계를 받을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세종시 공무원은 “ ‘악법도 법’이라고, 법을 위반했으면 처벌은 당연하니 심정적으론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2.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의 주인공인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 씨를 내세워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 모금액 774억원을 거둬들였다. 이후 재벌 총수들과 단독회동이 알려지면서, 박 대통령이 묵인을 벗어나 주도적으로 돈을 모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증폭되고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하면서도 ‘선의의 도움을 주신 기업인들’이라고 표현했다. 선의로 받은 도움을 나라와 국가를 위해 선의로 쓰려했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선의의 도움 준 기업인들은… 두 사례는 최근 대한민국에 ‘선의의 충돌’이라는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최소한 당사자 입을 빌리면 공무원의 1만800원도 선의였고, 대통령의 774억원도 선의였다. 그런데 선의의 액수는 하늘과 땅 차이보다도 더 크다. 이런 점에서 1만800원은 부정청탁이고, 774억원은 선의인가에 대한 물음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 반응이 이를 대변한다. ‘cna6****‘는 “그런 (작은)게 문제가 아니라 순실이가 문제지”라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은 “누구는 수백억 뚝뚝 해치웠는데, 누구는…”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하루 아침에 무너졌고, 국민들 깊은 뇌리에 박힌 불신이 이같은 조롱을 낳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박 앞세워 반전 꾀하는 대통령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버티고 있다. 오히려 충성파 친박을 앞세워 반전을 꾀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박 대통령이진심으로 참회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에 한동안 ‘제2 선의의 충돌’이 계속되면서 나라꼴은 계속 엉망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세종시 고위공무원은 “최고 통치자가 권위를 잃으니 나라가 엉망이다. 막대한 행정력 낭비는 두말할 필요 없고, 서민들도 힘들어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며 “대한민국이 이대론 안된다는 생각은 절실하지만,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내가 이러려고 식당했나?” 한숨 이런 가운데 식당 경기는 5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지면서 서민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일반 음식점업의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85.2로, 2011년9월 83.9 이후 가장 낮았다. 향후 최순실 게이트 정국과 맞물려 서민들의 등이 휠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후암동에서 20년간 식당을 운영한 김모(56ㆍ여) 씨는 “위에선 해먹을 것 다 해먹고, 우리한테는 작은 법이라도 지켜야 한다고 하니…. 그래도 어쩌겠어요. 힘 없는 우리는 또 우리대로 열심히 살아야지요”라며 “내가 이러려고 식당 했나 씁쓸합니다”라고 했다.
김영상 소비자경제섹션 에디터/
ys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