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중미(中美) 6개국 패키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협상을 개시한 지 1년5개월만이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니카라과의 수도인 마나과에서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등 중미 6개국 통상장관들과 ‘한-중미 FTA’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됐음을 공식 선언했다.
양측은 내년 상반기 정식서명을 목표로 기술협의, 법률검토, 가서명, 협정문 공개, 국내의견 수렴 등 후속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식서명 이후에는 협정 발효를 위해 국회 비준동의 등의 후속 절차를 거치게 된다.
▶북남미 연결하는 FTA 네트워크 구축=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 5개국은 모든 협정(24개 챕터)에 합의했으며, 과테말라는 시장접근과 원산지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합의했다. 한국과 중미 6개국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40억5300만달러대다. 이들 국가가 우리나라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0.5% 수준에 불과하지만 시장 선점, 북미와 남미를 연결하는 FTA 네트워크 구축 등의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김학도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높은 수준의 포괄적 협정”이라며 “미국의 신정부 출범 등 보호주의 우려가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이 북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제3의 루트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등 우리 주력품목 활로 확보= 진출상품시장 개방 부문에서 양측은 전체 품목수 95% 이상에 대해 즉시 또는 단계적 관세철폐를 약속했다. FTA를 통한 자유화율은 수입액 기준으로 코스타리카 98.0%(품목수 기준 95.2%), 엘살바도르 98.1%(95.1%), 온두라스 93.2%(95.6%), 니카라과 99.1%(95.9%), 파나마 99.3%(95.3%) 등이다. 과테말라는 추후 협의를 통해 참여한다. 우리측 역시 98.7% 이상(95.5~95.9%)을 개방한다.
중미측은 자동차, 철강, 합성수지 등 우리측의 주력 수출 품목뿐 아니라, 화장품, 의약품, 알로에음료, 섬유(편직물, 섬유사), 자동차 부품(기어박스, 클러치, 서스펜션 등) 등도 대폭 개방하기로 했다.
우리측은 중미측이 주로 수출하는 커피, 원당(설탕), 열대과일(바나나, 파인애플 등)에 대해 한-콜롬비아·페루 FTA수준으로 개방한다. 쌀(협정제외), 고추, 마늘 등 주요 민감 농산물은 양허대상에서 제외됐다. 쇠고기(16~19년), 돼지고기(10~16년) 등은 장기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할 예정이다.
▶120억달러 규모 정부조달시장도 개방= WTO 정부조달협정(GPA) 미가입국인 중미국가들의 정부조달 시장이 개방됨으로써 우리 기업들이 에너지, 인프라, 건설 등 분야로의 진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시장 규모는 줄잡아 120억 달러 규모다. 김 실장은 “우리 기업들은 중미 지역 주요 프로젝트(지하철, 교량 건설 등)가 주로 브라질, 스페인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어 우려감을 표시하여 왔다”며 “중미측 정부조달 시장이 개방됨으로써, 향후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코스타리카와 파나마의 민자사업(BOT, Build-Operate-Transfer)도 개방함으로써 우리 건설사들의 중미 지역의 대규모 건설사업 참가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양측은 수출입제한 조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수입허가관련 신규 규정을 도입할 경우 30일 전 공표를 의무화하는 등 비관세장벽도 제거한다. 수출자와 생산자는 관계기관을 통하지 않고 직접 원산지 증명서를 발급(자율 발급) 받을 수 있게 되며 품목분류, 원산지 인정 등에 대해 수출자, 생산자, 수입자의 사전심사 신청도 가능해진다.
▶한류확산 제도적 장치 확보도 의미= 이번 FTA에는 지재권 보호 강화 등 중미 지역 내 한류 확산을 위한 제도적 장치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인터넷 드라마, 영화, 음악 등 저작물에 대한 불법 유통을 방지하고 내국민 대우에 합의함으로써 중미 지역 내 한류 콘텐츠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주 장관은 “최근 브렉시트(Brexit)와 미국 대선과정에서의 반무역정서에도 불구, 한국과 중미 6개국들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를 체결하여 전세계에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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