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대우조선해양 채권단과 대우조선 노조가 자구계획 동참 확약서를 두고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산업은행을 필두로 한 채권단이 오는 16일까지 대우조선 노조가 자구계획 동참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대규모의 자본확충 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더 이상의 희생은 없다’며 버티는 형국이다. 대우조선이 당장 자본확충을 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갈 수도 있어서 채권단과 노조가 모두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 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대우조선에 노사의 자구계획 동참 확약서 제출하지 않으면 정상화 계획 자체를 재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사측은 오는 16일까지 노조에 답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채권단은 지난해 서별관 회의에서 결정된 2조원보다 60% 많은 3조2000억원의 자본확충 계획을 10일 전후로 발표하려고 했다. 이번 자본확충으로 대우조선의 자본 잠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부채비율까지 획기적으로 낮춰 수주활동에 재무적인 문제가 방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산은은 당초 계획보다 6000억원 가량 많은 유상증자 및 출자전환을 하고, 수출입은행은 계획에 없던 1조원의 영구채를 매입하기로 하는 등 손해를 감수하기로 했다. 여기에 산은은 대주주로서 경영책임을 이행한다는 차원에서 주식 6000만주를 무상감자 후 전량 소각하고, 나머지 주식은 10대1 비율로 감자하기로 했다. 만약 채권단의 자본확충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면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은 7000%에서 900% 이하로 획기적으로 내려간다.
채권단은 대우조선에 대해 이같은 출혈을 감수하는 만큼 회사도 자구노력 계획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책은행자금이 조 단위로 투입되는 데에 대한 명분으로 회사 역시 정상화를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는 확약서가 필요한 것이다. 이에 지난주 이미 자본확충 계획을 마련해놓고도 지난 10일 오후까지 그 내용을 발표하지 못했던 것도 확약서를 못 받아 명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산은이 대우조선에 요구한 확약서에는 노조의 고통분담과 무파업, 해고 동의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우조선 노조는 요지부동이다. 이미 1200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마당에 추가 인력 감축을 전제로 하는 동의서에 서명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다. 최근 회사를 살리자며 직원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했는데, 이제 와서 감자한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문제는 대우조선이 이번 달 내에 자본확충이 안 되면 내년 3월까지 자본잠식 상태가 유지돼 상장폐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서 더는 자본 조달을 할 수 없는데다 수주활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여기에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9000억원 규모의 회사채까지 고려하면 다시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 있다. 결국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대우조선을 살리겠다고 결정한 정부나 산은 등 채권단은 결국 망할 회사에 돈을 쏟아부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된다. 노조 입장에서도 지금보다 더 뼈아픈 구조조정 상황에 직면하거나 최악의 경우 청산 절차를 통해 회사가 공중분해 될 수도 있다.
산은 관계자는 “노사 확약서는 자본확충을 포함한 정상화 작업의 선행조건”이라며 “확약서가 제출되지 않으면 동사에 대한 근본적인 처리방안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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