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트럼패닉에 급브레이크 걸린 한국차, 일본차는 왜 쌩쌩?’
‘트럼프 쇼크’에 국내 자동차 주(株)가 풀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보호무역주의 강화 전망에 따른 미국 현지 생산비중과 엔저가 한국차와 일본차 주가 희비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 6~8% 추락↓, 일본차는 6~8% 급등↑=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는 ‘트럼프 쇼크’로 전날까지 이틀새 6.85% 급락했다. 이날은 장초반 반발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지만, 저항은 여전하다.
기아차(-8.08%), 현대모비스(-7.46%) 등 ‘현대차 3인방’도 이틀새 비교적 큰 폭으로 빠졌다.
보호무역 강화와 미국 우선주의 성향에 따라 자유무역협정(FTA) 및 멕시코 공장 관세 부과 우려, 신흥국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국내 자동차 관련업체들에 중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때문이다.
반면, 일본 자동차 기업 혼다와 도요타는 전날 쇼크를 하루 만에 극복하고 각각 전날 8.96%, 5.95% 급반등했다.
차이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에서 비롯됐다.
엔저로 일본 닛케이 225지수가 크게 반등하면서 동반 상승한 요인도 있지만,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일본 자동차 산업은 트럼프 보호무역정책에 따른 타격이 크지 않다는 해석도 한 몫했다.
11일 각사와 오토모티브 뉴스(Automotive News), SK증권이 발표한 자동차 업체별 미국 현지 생산 비중(2015년 기준)을 보면, 현대ㆍ기아차는 54.5%로 산업 평균(67.5%)를 크게 밑돌고 있다. 반면, 일본 자동차 기업인 혼다(80.0%), 닛산(64.8%), 도요타(53.2%)는 평균치를 넘어선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현지 생산 기지는 각각 하나씩(36만대 생산)에 불과한데다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은 각각 65%, 41%로 낮다.
여기에 2015년 대미 수출 금액은 2005년 대비 200% 증가한 180억달러를 기록, 같은 기간 수출 대수 역시 50% 이상 증가했다.
자동차의 대미 무역 의존도도 높아진 상황으로 보호무역이 발동되면 관세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아차는 ‘멕시코’… 현대차는 미 현지 공장 증설이 ‘관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아차는 ‘멕시코’ 악재까지 떠안게 됐다.
기아차는 2014년 10월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에 착공해 지난 5월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연 30만대 규모 생산기지에서 80%가 해외에 수출되고 있으며, 이중 최대 타깃 시장은 북미 지역이다.
앞서 트럼프는 미국을 떠나 관세로부터 자유로운 멕시코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기업들을 비판하며, 자신이 당선되면 멕시코 생산품에 대한 관세를 35%를 부과하겠다고 엄포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으로 불과 반년 사이에 북미 수출분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이 때문에 국내 자동차 3인방 중 기아차의 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빠지기도 했다.
여기에 내년 유가 상승으로 신흥국의 턴어라운드를 예측했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이마저도 무산되자 신흥국으로의 자동차 판매량도 줄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도 간과 할 수 없게 됐다.
멕시코 공장이 없는 현대차도 미국 현지 공장 증설을 검토할 공산이 커졌다.
현대차의 경우는 알라바마 혹은 켄터키 지역에 현대차 미국 제 2공장(30만대) 추가 증설 계획을 이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일본차는 엔저효과에다,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현저히 높아 주가가 오히려 반등했다”며 “우리나라 현대ㆍ기아차는 미국 현지 공장에서 75만대를 생산해 연간 판매량 130대에 채 미치지 못하고 있어 관세 인상 시 충격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아차를 따라 멕시코로 나갔던 현대위아와 현대 모비스도 함께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주가하락폭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신재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인상 현실화는 단기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향후 미국 공장 추가 증설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우려는 단기적인 성격일 수 있다”며 “멕시코 공장의 관세 부과 우려가 있는 기아차(-8.25%)도 멕시코 공장 비중이 높은 닛산(-4.98%) 대비 주가 하락이 과도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차내에서도 주가 희비…현대차는 트럼프 수혜?= 트럼프의 공약이 자동차 회사별로 다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이날 오전 9시11분 현재 현대차는 전 거래일보다 1.55% 오른 13만1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반면 기아차는 0.66% 하락했다.
전날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 강화 정책에 대한 우려로 현대차(-3.73%), 기아차(-4.39%), 현대모비스(-5.88%) 등 국내 자동차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한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이는 멕시코산 차량에 대한 관세 부과 등 트럼프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 공장의 위치 등에 따라 유·불리가 엇갈린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공약이 실현되면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높은 현대차는 오히려 상대적인 수혜를 보고 멕시코에 진출한 기아차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멕시코 생산 비중이 높은 미국 업체들과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에 따라 자율주행차 육성정책 포기에 대한 우려로 테슬라는 주가가 2.5%가량 빠졌는데 만약 육성책을 포기한다면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준비가 늦었다는 우려가 나온 현대차나 기아차에는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미국 자동차 업체에 불리한 공약들이 정책으로 실현될지는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타이어도 미국 현지 공장 가동률 조기 향상과 법인세 감면 혜택 등에 따라 수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