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확실한 건 단 한 가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것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반도 정세는 안갯속으로 빠졌다. 가뜩이나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상실된 상황에서 밖에서 또 하나의 위기가 닥쳐온 것이다.
▶고립주의=선거기간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과 공약을 미뤄볼 때 동북아는 물론 전세계에서 미국의 개입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찰’의 역할이 아닌 미국 국익에 집중하는 고립주의적 노선이 예상되는 만큼, 한국과 일본에 ‘제2의 닉슨쇼크’를 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강력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일본까지 포함한 3자 협력을 통해 북한을 압박해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한국으로서는 큰 우호 축이 흔들리는 셈이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 축전을 전하며 한미동맹 공조가 더 굳건해지길 바란다는 뜻을 강조한 것은 이 같은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미국의 아ㆍ태 재균형 정책은 지속되겠지만 한미일 안보협력 증진에 대해서도 미국의 요구가 증대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재균형 정책의 약화 혹은 퇴조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인영 서울대 명예교수는 현 상황을 ‘내우외환’으로 표현하며 “미국 새 정권하고 어떻게 협조를 할지, 적응을 할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을 재정비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락가락 대북정책, ‘선제타격’부터 ‘직접 대화까지’=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선제타격’부터 ‘직접 대화’까지, 상상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 외교안보 당국의 대응에 어려움과 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북미 직접대화 가능성을 높인, 급진적인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동시에 김 위원장을 ‘미치광이’라고 표현하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사라지게 하겠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방점은 어디 있을까? 가늠하기 어렵다. 트럼프의 시대를 불확실성으로 규정하는 이유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일관성이 없다”며 “북한 핵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 핵ㆍ미사일이 미국에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 하에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반길 일이 아니다. 트럼프는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에 대해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라는 표현을 거부하며 “어이, 꼬마 어린이”(Hey, baby)라고 말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햄버거를 먹으며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건, 이란과 같은 맥락에서 기본적으로 상대 지도자를 전혀 국가 정상으로 대우할 생각이 없으며 깔보는 인식이 깔려있다. 국가대 국가로 하는 정상회담이 결코 아닌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방장관 가능성이 점쳐지는 마이클 플린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 지도자를 미국과 같은 수준에 놓지 말라”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의 첫 1년은 박근혜 정부의 1년과 맞물린다”며 “이 기간은 한국에서 박 대통령의 불법과 권위 상실로 인해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기간이어서 북한에 대한 한미양국 간 일치된 정책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대북정책에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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