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SK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지배지분률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최태원 회장 개인이 최대주주인 SKC&C가 지주사인 SK㈜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옥상옥(屋上屋)’ 구조가 바뀔 토대도 완성됐다. SK㈜의 경영권이 ‘철벽’이 되면 최 회장이 굳이 우회적으로 그룹을 지배할 이유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SK㈜는 20일 공시한 회사채 발행 증권신고서에서 지난 2월27일부터 5월19일까지 보통주 231만4908주를 취득, 879만9154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사주 지분률만 18.74%가 된 것이다. SK㈜는 오는 26일까지 3만5092만주를 더 매입할 예정이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유사시 우호세력에 넘기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최대주주가 구성한 이사회에 처분 권한이 있으므로 사실상 지배주주와 같다. SK㈜ 자사주와 최대주주 SK C&C 등의 보유지분(31.84%)을 합치면 지분률이 50.58%가 된다. 의결권이 있는 유통주식수 기준 SKC&C 등의 지분률도 36.95%에서 39.19%로 높아졌다.

지배구조에도 변화를 줄 여지가 생겼다. SK C&C는 주가가 최근 사상최고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시가총액도 8조3000억원(20일종가기준)에 달하게 됐다. SK㈜ 시총 8조9462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SK C&C의 최 회장 등 일가 지분 48.51%의 시장가치는 4조263억원으로, SK㈜ 최대주주와 자사주 시장가치 4조2499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맞바꾼다면 최 회장 등이 SK㈜ 최대주주가 되고, SK㈜가 SKC&C를 지배하게 된다. ‘옥상옥’ 구조가 해소되면서 SK㈜가 완전한 지주사가 되는 셈이다. 이 경우 우호세력에 자사주를 넘기는 절차 없이도 최 회장 등이 50%이상의 지배력을 가질 수 있다. 총수일가 지분이 하락하면 SK C&C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빠지는 ‘덤’도 기대할 수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주가 안정을 위한 주주가치 제고의 일환이며, 이론적으로는 경영권 방어력이 높아진 효과도 있다” 설명했다.

한편 SK는 자사주 매입에 총 4195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자사주 매입으로 현금유출이 발생해 보유현금이 줄어들자 현금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주식 취득대금 중 2500억원을 5월말 회사채를 발행해 조달하기로 했다고 증권신고서에 밝혔다. 빚을 내서 자사주를 사겠다는 뜻이다.

SK㈜ 관계자는 “공시 서류상 자사주 취득이라고 적었지만, 실제로는 일반 운영경비와 몇 달 뒤 회사채 만기에 대비하는 목적”이라며 “이익잉여금도 충분하고, 차입비율도 낮아 빚까지 내서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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