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주가가 10% 넘게 빠질 때도 가만히 있더니, 폭락장이라니까 그제서야 목표주가 내리면 그게 예측 보고서입니까? 하루 이틀 일 아니라지만,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

또 뒷북이다. 연일 2000선을 위협받던 불안한 증시에도 아랑곳 않던 증권사가 지난 1일 2000선, 지난 2일 1970선 붕괴에 뒤늦게 목표주가 하향 보고서를 쏟아냈다. 이 와중에도 ‘매도’ 리포트는 없었다.

▶CJ그룹株로 보는 ’뒷북 리포트‘… 평소 1~2개에서 리스크에 53개까지= 특히 올들어 연일 하락세를 보이며 무섭게 빠지던 CJ그룹 계열사를 ’추천종목‘으로 올리며 찬양 일색이던 증권사들은 그 누구도 리스크를 예측하지 못했다.

지난 2일 CJ그룹 계열사의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돈대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폭락하자 여기저기서 뒷북이 울렸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그룹 계열사의 목표주가를 낮춘 증권사 리포트는 지난 3일에만 53개, 지난 4일에는 총 27개가 쏟아졌다.

실적발표와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 의혹이 나오기 전인 2일에는 5개, 지난달 한달 평균 1~2개 리포트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수십배 차이에 달한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그룹 계열 상장사 9곳의 전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20조5261억원으로 지난해 말(25조726억원) 대비 20.14%(5조1766억원) 감소했다. 15대 그룹의 올해 주가 성적표 중 가장 부진한 수익률이다.

CJ 계열사 9곳 중 CJ대한통운을 제외한 8곳의 시가총액이 모두 쪼그라들었다. CJ프레시웨이(-53.07%), CJ CGV(-47.14%), CJ헬로비전(-36.52%), CJ(-32.67%), CJ오쇼핑(-17.89%), CJ E&M(-16.87%) 등이 연초 이후 동반 약세 흐름을 탔다.

리포트들은 일제히 “한류 문화사업에 앞장섰던 CJ 계열사가 최순실씨의 측근 차은택과 연루됐다는 의혹은 떨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태도를 180도 바꿨다.

▶’최순실 게이트‘에도 뒷북… 피보는건 결국 ’개미들’= 이번달 들어 지난 1일 장중 2000선이 붕괴된 뒤 2일 1960선까지 코스피가 주저앉았었고, 코스닥도 620선이 우습게 깨지고서 600선까지 떨어졌다.

사실 예견됐던 수순이었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내 정치적 불안이 짙어진데다 외국인들이 강한 매도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목표주가 하향 보고서가 쏟아진 건 최순실씨의 검찰 출두 이후였다.

5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3개에 불과했던 투자의견 하향 리포트는 최순실씨가 경찰에 출두한 날인 다음날 무려 219개가 쏟아졌다.

이번달 들어서도 189개, 2일 146개 등 대외적으로는 미국 대통령 선거 불안정성과 대내 불안한 정국에 뒤늦은 투자 의견 하향 리포트를 냈다.

역시나 또 뒷북이다.

결국 증권사 ‘뒷북 리포트’에 피를 보는건 개미투자자(개인투자자)들일 수밖에 없다.

20년 경력의 한 애널리스트는 “아무리 증권사 리포트를 믿을 수 없다고 해도 개인투자자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 중 하나는 증권사 리포트”라며 “기관들에게만 따로 정보를 주거나, 개인 투자자 리포트에는 크게 공을 들이지 않는 애널리스트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뒷북 리포트에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된다”고 말했다.

이에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이 증시 폭락을 예측할 수 없었다고 해도 그전부터 불안정한 조짐을 분명히 느꼈을 텐데 폭락하고 나서 목표주가를 하향하고, 또 주가가 다 올라간 뒤에야 목표주가 상향 그래프가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며 “해묵은 논란임에도 뒷북 리포트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에 가장 많이 의존하고 있는 개인투자자(개미투자자)들마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