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게 다려진 한복 소매 끝에 공손히 모은 두 손. 맑게 우려진 차 한 잔이 찻잔 속에서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다. 찻잔 속 차는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 만큼 향을 내며 코끝에 머무른다. 대접하는 사람도, 대접 받는 사람도 서로의 예를 다해 차 한 잔을 마주하고 마음을 편안히 내려놓는다.
가을 낙엽이 내려앉은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명원문화재단은 한국 차의 선구자인 명원 김미희(1920~1981) 선생의 의지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 차 문화와 다례가 살아 숨쉬는 곳이다. 쌍용그룹 창업주인 고 김성곤 선생의 부인인 명원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한국 차 문화의 기본예식이었던 다례를 복원, 부활시킨 한국 다도의 선구자이다. 다례란 차를 달여 바치는 예의범절, 즉 예나 몸가짐 그리고 차와의 조화를 중심으로 한 분위기와 지식 등을 일컫는다. 다례법은 어떻게 하면 차의 맛과 효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가에서 출발한다. ‘명원 다례’는 격식과 절차 위주가 아니라 일상적이면서 자연스러운 다례 수행으로 차를 진정으로 즐기려 한다. 단지 행동을 바르게 함으로써 오랜 세월이 흘러 몸에 익혀지는 자연스러운 다례가 되는 것을 추구한다. 몸과 마음가짐을 바로 잡고 차를 마실 때 혼자 마시든 둘, 셋이 마시든 차를 같이 하는 그 공간과 순간을 더 뜻 깊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1대 김미희 선생의 뒤를 이은 2대 명원 김의정 이사장은 “다도는 전혀 어려운 게 아니다”며 “남을 위한 배려, 정성스런 마음가짐,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한 다례의 교육적 효과도 언급했다. “건전한 정서 형성, 감정과 욕구 조절 능력 발달, 다양한 정서 표현 학습,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 여러 가지역할 습득, 사회에 대한 이해 증진 등이 다례의 효과”라며 “어릴 때부터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예의범절을 익히기 위해 아이들에게 다례 교육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했다. 깊어가는 가을, 소중한 사람과 마주하며 정성스럽게 우려낸 차 한 잔을 입에 머금고 잔잔한 미소를 지어봄은 어떨까.
글·사진=안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