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열매 떨어지는 시기, 은행 악취 최고조 시점
-은행 잎ㆍ열매의 낭만은 ‘옛말’…이제는 기피대상
-이사람 저사람 할 것 없이 모두 코막고 총총 걸음
-환경미화원들은 시내 곳곳에서 ‘은행과의 전쟁중’
-“하루 빗자루 2개도 부족할만큼 수거할 열매 넘쳐”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평소엔 빗자루 하나만 들고 청소했지만 요즘은 2개도 부족할 판입니다.”
“휴~” 하고 청소가 끝났다 싶어 뒤돌아보면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다시 떨어져 있다. 제때 치우지 않으면 인도와 도로에 으깨져서 청소하기만 더 어려워진다. 여기 저기 민원도 빗발친다. 평상시에는 하루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20개 정도를 채우면 되지만 전쟁 같은 이 시기에는 40개도 부족하다. 서울시 중구 소속 환경미화원은 안무균(57) 씨는 가을이 오면 은행 때문에 특별한 각오를 다진다고 했다. 안 씨는 “은행나무 열매가 낙과가 절정에 달하는 요즘은 평상시보다 2~3배는 일이 많다”며 “그러나 마땅히 환경미화원이 해야 할 일이니 ‘고생하자’는 마음으로 출근한다”고 했다. 작업시간도 2시간 정도 더 길어졌다고 한다.
가을철 거리 악취의 주범으로 꼽히는 은행의 낙과가 절정기에 치달으면서 환경미화원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고 있다. 가을철 은행나무는 노란 단풍으로 ‘낭만’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열매 탓에 환경미화원들의 골치를 아프게 하는 존재다. 청소하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은행이 보행자에게 밟히고 으깨져 차도와 인도가 지뢰밭(?)으로 변해 민원은 빗발친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가로수 30만3144그루 가운데 은행나무는 11만3173그루로 37%를 차지해 가장 많다. 이어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가 7만121그루, 느티나무 3만2959그루, 왕벚나무 2만 8543그루 등 순이다. 은행나무 중 고약한 냄새로 민원의 주범이 되는 열매를 맺는 암나무는 3만1034그루다. 은행나무는 대기 정화력이 뛰어난데다 병충해에 강해 관리가 쉬워 수십년 전부터 서울시내 곳곳에 심어졌다.
서울시는 일찌감치 25개 자치구 공무원 등 60명과 현장인력 370명 등 430명으로 구성된 은행 열매 채취 기동반을 꾸려 긴급 대응하고 있다. 고소작업차 11대와 트럭 45대의 차량이 고된 작업을 함께한다.
서울시는 은행나무 열매를 낙과전 채취하기 위해 엔진진동수확기 8대와 사다리 67대, 장대 147개도 동원해 악취와 민원발생을 최소화하기 노력했다.
성동구에서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이윤식 씨는 다음주(11월 초)가 ‘피크’라고 했다. 이 씨는 “(은행나무 열매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최대 24시간 내에 청소를 해야한다”며 “앞으로 보름간은 떨어지는 열매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환경미화원들도 악취가 힘든 건 마찬가지다. 고약한 냄새는 몸에 밴 상태로 퇴근 후 집안까지 따라와 가족들도 반기지 않는다고 한다. 이 씨는 “하루종일 고약한 냄새를 맡으며 은행과 씨름을 해야한다”며 “양도 많고 냄새가 잘 빠지지도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과거에는 길가에 떨어진 은행 열매를 주워 가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부쩍 줄었다. 떨어진 은행을 줍다가 절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서울 도심 속 미세먼지나 자동차 매연 등으로 인해 가로수 열매에 대한 불신이 늘면서 그야말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서울시는 ‘떨어진 은행을 주워가라’고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자치구별로 은행나무와 감나무의 열매를 시민이 직접 가져갈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은행 열매 털기 등 장비를 이용한 작업은 공무원이 맡고, 참여 시민은 떨어진 은행을 주워가면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장비를 가지고 가로수를 훼손해 가며 대량으로 따 가는 게 아니라 주워가는 정도라면 문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mkkang@heraldcorp.com

